제목[2012.03.04] "WCC란 무엇인가?" - 맺음말 ①2012-03-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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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CC란 무엇인가?' - (맺음말) 찬반의 길목에서①

(1)
WCC 에큐메니칼 운동에 대한 찬반 논의에는 보이지 않는 힘이 격돌하고 있다. 사물을 보는 서로 다른 세계관과 인식방법과 전제가 충돌한다. 한 편은 상대주의 진리관으로 사물을 본다. 진리는 불명확하고 다원적이고 가변적이라고 보는 인식방법이다. 성경은 오류 있는 인간의 책 묶음이며 그 안에서 계시를 주관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도구라고 믿는다. 다른 한 편은 객관주의 진리관으로 세상을 본다. 진리는 명료하고 고정되어 있으며 불변하다고 보는 인식방법이다. 성경을 특별계시로 주어진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는다. 현대 사상계와 신학계를 지배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은 모더니즘을 해체하는 사상 흐름이다. 회의주의, 상대주의, 주관주의 특성을 보이면서 다민족, 다종교, 다문화 이슈들에 대한 담론(談論)을 다룬다. 장 프랑스와 리요타르는 다원주의와 다양성과 차이와 타자성을 강조한다. 미셀 푸코는 다원성, 다양성, 상대성을 강조하면서 미시(微視) 담론을 주장한다. 자크 데리다는 의미와 가치의 보편화, 절대화, 통일성, 전체화를 거부하고 다양화와 상대화와 분산을 주장한다. 해체와 흐트러짐과 분절과 산포를 주장한다. 여러 담론들과 인문학 안의 여러 담론들의 상호 간의 차연(差延)의 놀이를 강조한다. 텍스트와 텍스트 사이를 잇는 다리는 없다고 본다. 상대주의 세계관과 진리관의 패러다임으로 세상을 보면 각 종교의 진리와 문화의 이데올로기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이며,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특수한 것이다. 따라서 다양한 것들의 개별성과 특수성을 인정해 주고 상호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진보주의 신학, 자유주의 신학, WCC 에큐메니칼 신학을 통제하는 것은 포스트모더니즘에 근거한 상대주의 진리관 또는 인식방법이다. WCC의 "일치를 통한 오늘날의 선교와 전도"(2000)가 이 점을 지적한다.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진리 개념을 거부하고 "기독교의 복음"과 그것보다 "먼저 주어진 복음"을 거론한다. 성경이 진리를 고정불변의 실체로 보는 1세기 지중해 연안의 세계관, 진리관을 반영한다고 본다. WCC는 개신교회가 무의미한 것으로, 성경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여겨온 로마가톨릭교회 전승(전통)을 성경과 동등한 권위를 가진 것으로 묵인해 준다. 개신교회가 신앙의 유일한 규범으로 여겨 온 성경, 곧 '규정된 규범이 아닌 규정하는 규범'(norma normans non normata)을 신앙의 유일한 최종적인 표준으로 여기지 않는다. WCC는 성경이 무엇이라고 말하는 가에 귀를 기울이는 개신교회의 '오직 성경' 원리보다 회원 교회들과 로마가톨릭교회가 무엇이라고 말하는 가를 더 중요하게 여기고 우선적인 것으로 여기는 "오직 의견수렴" 전통을 따른다. 역사적 기독교는 상대주의 진리관, 포스트모더니즘, 자유주의 신학, 의견수렴주의, 총화주의(總和主義), 통합주의, 포용주의, 다원주의, 신앙무차별주의로 무장한 WCC 에큐메니칼 운동에 대항한다. 성경이 특별계시이며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믿는 신앙을 유일의 무기로 삼아 항거한다. 골리앗 앞에 선 다윗과 같다. "천하에 예수 외에 구원받을 만한 다른 이름을 주신 적이 없다"고 믿는다. 성경이 그렇게 말하기 때문이며, 성령 하나님이 믿게 하기 때문이다. 만약 성경이 진정으로 하나님의 말씀이고 하나님의 특별계시이면, 역사적 기독교 신앙은 골리앗의 골통에 일격을 가한 다윗의 야무진 돌팔매 돌이 될 것이다.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 아니라면 복음주의자들은 어리석은 광신자에 지나지 않는다. 신학과 에큐메니칼 운동에 대한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경관이다.
(2)
WCC 에큐메니칼 신학을 따라 '선교와 전도'에 매진해 온 주류 교회들은 한결같이 퇴락하고 생명력을 상실하고 있다. 선교학자 자크 마티(Jacques Matthey)는 세계선교 50주년 기념대회에서 1952년 빌링겐선교대회가 제시한 '하나님의 선교'가 세속화와 세속주의를 높이 평가하는 선교신학이었고, 이 선교원리를 따르는 미국과 유럽의 주류 교회들의 선교 아젠다(agenda)에서 '복음전도'가 사라졌다고 말한다. '복음전도'가 사라졌다는 것은 교회의 설교 강단에서 십자가 구원의 신비와 전통적 기독론과 구원론의 메시지가 선포되지 않는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예수 사랑하심은 거룩하신 말일세 우리들은 약하나 예수 권세 많도다. 날 사랑하심 날 사랑하심… 성경에 쓰였네"라고 하는 구원 진리의 송영이 없다는 말이다. WCC는 세속적인 의미의 '하나님의 나라'와 그것의 확장을 의미하는 인간화, 해방투쟁, 세상사에 전력하지만, 진정으로 십자가의 도리와 이신칭의의 진리를 설교하도록 하는지, 그러한 설교를 하지 않는 교회가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반문해 보아야 한다. 하나님이 교회 밖에서도 특별 구원 역사(役事)를 수행하고 있고, 그 구원은 인류에게 보편적으로 주어지며, 따라서 꼭 기독교 신앙만을 가져야 할 당위성이 없다면, 예수를 구주로 믿고 교회생활을 할 사람들이 있겠는가? 미국 역사신학자 존 리이스 교수(John Leith)는 자신이 속한 미합중국장로교회(PCUSA)의 위기에 대한 연구서를 저술했다. 이 교회가 예수 그리스도께서 제자들에게 질문하신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에 신약성경처럼 분명하게 답할 수 없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예수 그리스도가 누구인가에 대한 고백이 분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성경적 교리를 경시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의 복음을 배제한 신학교육이 재앙을 불러왔다고 진단한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몬트리트 시는 미합중국장로교 역사자료도서관이 있는 곳이다. 호남과 대전 지역에서 봉사하던 옛 미국남장로교회(PCUS) 은퇴 선교사들과 교역자들이 많이 거주한다. 빌리 그래함 목사가 살고 있는 마을이다. 그곳의 유일한 장로교회인 몬트리트장로교회의 절대다수 신자들은 최근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미합중국장로교회(PCUSA)를 탈퇴하여 새로운 교회를 세웠다. 미국복음장로교단(EPC)에 가입했다. 그 까닭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신정통주의-자유주의 성경관이 문제이다. 성경이 하나님의 계시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에 대한 인간의 증언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고, 인간의 개인적 경험이 성경본문과 동일한 중요성을 가지게 되었다. 둘째, 동성연애자를 목사로 안수하고, 낙태권리를 인정한다. 이 교단의 여성목회자프로그램(WMPA)이 여성 동성애자들에게 1999년 여성신앙상(Women of Faith Award)을 수여했다. 셋째, 사회정의 사역에 전념하면서 은전(dime) 하나도 '복음전도'에 사용하지 않는 WCC 에큐메니칼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넷째, 이 교단을 포함한 미국의 주류 교단들, 에큐메니칼 신학을 지향하는 교회들은 약 40년 후 편안히 죽을 것(die comfortablly)이 예측되기 때문이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