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2011.11.13] "WCC란 무엇인가?"-제3장…①2011-11-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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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CC란 무엇인가?' - 제3장 종교혼합주의 …① 
 
WCC는 종교혼합주의를 용인하며 지향한다. 오스트레일리아 수도 캔버라에서 열린 WCC 제7차 총회(1991)는 ‘구천을 떠도는 혼령(魂靈)’을 불러들이는 초혼제(招魂祭)로 시작했다. 죽은 자의 혼을 불러들여 위로하는 제사로 시작한 것이다. 성령을 우주 만물에 내재하는 에네르기와 동일시하고, 성령을 물활론(物活論, Animism)적으로 해석하는 이론과 주장들을 용인했다. 목석(木石)에도 영혼이 있다고 믿는 범신론과 종교혼합주의를 지향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초혼제는 정현경 교수(당시 이화여자대학교 기독교학과) 개인의 ‘에피소드’나 ‘해프닝’이 아니었다. WCC의 신학적 경향을 보여준 개회 행사였다. 참가자 전원이 참여하는 기조강연 강단은 사전준비, 합의, 계획없이 아무나 등단하여 아무 것이나 말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기조강연자 정현경은 그 자리에서 지신(地神)을 성령으로, 한 맺힌 영들을 성령이라면서 불러들이고, 죽은 자들의 ‘혼령’을 성령, 성령의 아이콘이라고 했다. 초혼제는 WCC 에큐메니칼 운동이 종교다원주의를 넘어 종교혼합주의를 지향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WCC는 기독교 신앙공동체를 넘어서는 종교일치운동을 추구한다. 다문화, 다종교, 복합사회의 다양성과 일치하고자 하는 ‘폭넓은 에큐메니즘’, ‘거대 에큐메니즘(macro-ecumenism)’을 거론하고 있다. 종교간의 ‘대화’의 영역을 확대하여 이슬람, 불교, 힌두교 등 역사적인 종교들과 일치와 통합을 추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1. WCC 초기의 종교혼합주의
종교혼합주의, 종교통합주의 목소리는 WCC의 기원인 예루살렘선교대회(1928)가 종교 간의 대화를 처음 제안할 때 등장했다. 예루살렘선교대회에 참석한 하버드대학교의 윌리엄 호킹 교수는 기독교를 포함한 모든 종교를 하나의 거대한 세계종교 안에 통합시키고, 종교 일치를 목표로 서로서로를 자극하는 것이 선교의 목표여야 한다고 주창했다. 기독교 선교의 목적과 방향을 완전히 전환시켜야 한다고 했다. 기독교를 포함한 모든 종교들이 거대한 새로운 종교 집단 안에 모일 수 있다고 했다.
인도의 마드라스에서 열린 탐바람세계선교대회(1938)는 예루살렘선교대회가 거론한 기독교와 타종교의 관계 문제를 다루었다. 다른 종교에도 깊은 종교적 경험과 위대한 도덕적 성취가 있으며, 하나님은 언제 어디서나 자신을 타종교인들에게 드러내 보여 왔다고 선언했다. 그 내용은 1990년에 WCC가 표방한 종교다원주의의 핵심을 담고 있으며, 종교혼합주의를 지향하는 방향을 제시한 것이었다.
종교혼합주의가 본격적으로 기독교권에서 논의된 것은 1930년대 미국에서였다. 자유주의 신학의 영향 아래 있던 일단의 아메리카 침례교도들은 외국선교를 재평가해야 한다고 하면서 외국선교 연구기관을 만들었다. 연구단장은 예루살렘선교대회에서 종교혼합주의를 제창한 하버드대학교의 윌리엄 호킹이었다.
호킹의 연구보고서 ‘선교재고론’(1932)은 기독교의 존재의 의가 특이한 역사나 교리를 주장하는 데 있지 않고, 모든 종교가 공유하는 진리를 나누어 가지는 데 있으므로, 선교사는 세계의 타종교들과 공통적인 진리를 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기독교와 타종교를 동가(同價)로 여기면서 모든 종교들이 거대한 종교로 통일되어야 한다고 했다. 기독교 선교는 예수 전도를 중단하고 영적 차원에서 세계 이해를 촉진시키는 것이어야 한다고 했다. 호킹에 따르면, 선교의 목적은 성경에 기록된 진리를 ‘전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종교의 신자들과 ‘대화’하면서 더불어 진리를 찾는 것이다. “종교들 간의 관계가 지금부터는 점차 진리를 공동으로 찾아가는 모양을 취해야 한다.” “그리스도인들과 비기독교인들을 구분하지 말고 대화에 참여해야 한다. 영원한 형벌의 교리는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이며 기독교계에서조차 외면당하고 있다.” 호킹은 성경의 권위를 부정하고, 성경이 말하는 기독교 진리-교리를 통렬히 비난했다. 중생은 정신적인 영향력이며, 모든 종교는 동등하므로, 하나로 통합되어야 한다고 했다.

2. 초혼제: 오소서, 성령이여!
오스트레일리아 캔버라에서 모인 WCC 제7차 총회(1991)는 성령을 만물 속에 깃들어 있는 영으로 이해하는 정령사상과 성령을 물활론적으로 해석하는 신학 이론과 주장들을 묵인했다. 이 총회는 억울하게 죽은 ‘영’들을 불러들이는 초혼제로, 기독교와 샤머니즘 의식을 혼합하는 종교 행사로 시작했다.
WCC의 종교혼합주의적 ‘성령’이해는 전 하버드대학교 신약학 교수 크리스터 스텐달이 캔버라 총회에서 행한 강연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성령과 ‘에네르기’를 동일시하는 물활론적, 범신론적 성령론을 제시했다. 성령을 온 우주에 생명을 부여하는 하나의 에너지로 설명했다.
WCC의 종교혼합주의적 경향은 캔버라 총회의 성령과 기도에 관한 여러 가지 행사, 강의, 신학논문에서 드러났다. WCC ‘종교간 대화위원회-살아 있는 신앙인들과의 대화분과’ 위원장 웨슬리 아리아라자가 발표한 기도에 관한 논문도 그 점을 보여주었다. 그가 말하는 ‘기도’는 삼위일체 하나님께 올리는 기도가 아니다. 힌두교, 불교, 이슬람 신자들의 기도를 포함하는 것이었다.
종교혼합주의는 정현경 박사의 캔버라 총회(1991) 개회 기조강연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났다. 그의 강연 내용은 종교다원주의를 넘어 종교혼합주의로 나아가는 것이었다.
정현경은 기조강연을 하기 전에 그 내용을 ‘퍼포먼스’로 보여주었다. 먼저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로 하여금 무대에서 샤머니즘 행사를 하게 했다. 이어서 정현경은 상복(喪服)을 연상시키는 무명옷 치마저고리를 입고, 창호지에 쓴 영문 초혼문을 읽어내려갔다. 한 맺힌 ‘성령’의 내림을 기원하는 초혼제를 지냈다.
정현경은 기독교의 성령을 무속신앙이 말하는 죽은 자들의 영, 한국에서 흔히 혼, 귀신이라고 일컫는, 동양 사상 또는 무속신앙의 영을 동일시했다. 거룩한 영(Holy Spirit)은 기(氣), 정령(精靈), 혼령(魂靈), 지신(地神)이다. 이러한 성령은 생명의 에너지이며 바람이며 숨이다. 그것들은 하늘과 땅과 사람 간의 조화로운 내적 교통이 이루어질 때 왕성해진다. 분열이나 분리가 있을 때는 기(氣)가 흐르지 않는다. ‘성령’이 역사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