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2012.01.29] "WCC란 무엇인가?" - 제8장 …②2012-01-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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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CC란 무엇인가?' - 제8장 가시적 교회 일치주의…②

2. 교회의 본질은 가시적인가?
로마가톨릭교회는 교황좌만이 단일성(통일성, 일치성), 거룩성, 공교회성(보편성), 사도성을 보장한다고 주장한다. 교회의 본질은 '베드로의 열쇠'를 가진 가시적 교계(敎階)에 있고, 교황이 파송한 사제가 있는 곳에만 참 교회가 있고, "한 양 떼 한 목자"의 근거인 교황좌의 수위권을 변개할 수 없는 진리로 여긴다. 개신교회는 교회의 본질적 속성이 머리이신 그리스도와 그 지체인 성도들의 연합이며 본질상 불가시적인 것으로 이해한다. 단일성, 거룩성, 공교회성, 사도성은 영적이며, 신앙고백적인 것이며, 불가시적이다. 교회의 본질은 기구적인 하나 됨이나 외형적인 일치가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과 성례, 성경적인 진리를 믿고 고백하고 성령 안에서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그리스도인들의 회중에서 드러난다. WCC는 교회의 본질적 속성들 곧 단일성, 거룩성, 공교회성, 사도성을 가시적인 교회 일치와 동일시한다. 불가시적 교회의 본질적 속성을 논의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세계교회협의회는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교회, 오직 영적인 교회, 비록 신앙상 문제에서는 분열될지라도 보이지 않는 끈을 통해서 하나가 되는 교회를 상상하지 않는다"라고 선언한다. 개신교회협의체로 시작한 WCC가 하나의 거룩하고 공교회적이고 사도적인 속성을 자신이 추구하는 가시적 교회 일치와 동일시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개신교회의 존재가 가시적인 특징에 달려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교회의 본질적 속성들을 순수하게 지닌 교회들은 기구적 교회 밖에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종교개혁교회, 개신교회가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교회 개혁을 외치며 로마가톨릭교회에 저항한 것이다. 기독교회의 역사를 보면 참 교회는 주류 교회 바깥의 변두리 신자들(dissenters) 가운데 더 분명한 모습으로 존재했다. 거대한 가시적 단일 교회가 거짓교리와 우상숭배와 타락으로 교회의 자격을 상실했을 때 참 교회는 조직기구 밖에서 신앙고백 공동체로 존재했다. 지하묘소의 카타콤교회, 영국의 롤라즈교회, 피드몬트 산 속에 있던 왈도파교회, 보헤미아의 후스파교회, 독일의 모라비안교회, 영국의 웨슬리교회, 철의 장막 러시아의 지하교회, 죽의 장막 안에서 유물론자 관리의 눈을 피해 비밀리에 모인 중국의 가정교회, 나치치하의 독일의 고백교회, 우상숭배를 거부하던 한국의 신사참배거부운동교회가 그러한 교회였다. 성경적 신앙을 고백하던 참된 '하나의 거룩하고 공교회적이며 사도적인 교회'였다.

3. 교회의 4대 속성
WCC가 공동의 신조로 받아들인 니케아-콘스탄티노플신조(381)가 말하는 교회의 4대 속성은 정교회, 로마가톨릭교회, 개신교회가 모두 인정하지만 그것에 대한 이해와 개념이 다르다. 로마가톨릭교회는 가시적인 것으로, 개신교회는 불가시적인 것으로 이해한다. WCC는 교회의 단일성(Una)을 가시적 교회 일치로 이해한다. WCC의 존재 이유가 분열된 교회들을 가시적으로 일치시키는데 있다고 하면서, 그 공동의 신앙 토대로 '하나의 사도적 신앙'을 강조한다. 그러나 가시적 일치를 교회의 본질로 보는 교회이해와 관점은 로마가톨릭교회의 기구주의(Institutionalism)와 같다. WCC가 말하는 교회의 거룩성(sanctam)은 개신교회의 개념과 비슷하지만 두 가지 점에서 다르다. 첫째, 실천적 거룩성을 언급하지만, 실제로 WCC가 사회, 정치, 문화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는 반면에 성적인 문란, 동성애, 이혼, 마약, 책임회피와 같은 도덕적인 문제에 대한 언급은 찾아보기 어렵다. WCC가 말하는 공교회성(catholicam)은 로마가톨릭교회의 교회관과 일치한다. 교회를 공간적인, 통계학적인 양 개념으로, 교회들의 집합으로 이해한다. WCC는 '불가시적 교회'의 공교회성은 언급하지 않는다. 오직 '가시적 교회'의 일치만을 말하며 공교회성과 동일시한다. 국적, 인종, 사회적 조건이나 언어를 초월한 모든 사람들 속에 공교회성이 있다고 한다. WCC는 사도성(apostolicam)을 교회가 그리스도에 대하여 고백하는 모든 것이 사도들로부터 왔다는 것과 관련시킨다. 교회는 사도적 전승의 연속성 속에서 자신이 그리스도와 사도들의 교회와 동일하다는 사실을 인식한다고 한다. WCC의 이러한 사도성 개념은 일면 개신교회의 견해와 비슷해 보이지만, 로마가톨릭교회가 서고 넘어짐의 문제로 여기는 교황좌의 사도적 승계(apostolic succession)를 인정하는 점에서 크게 다르다. WCC는 로마가톨릭교회, 동방정교회, 영국국교회의 감독체제와 개신교회의 교직을 사도적 전승이라는 개념으로 묶는다. WCC는 로마가톨릭교회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인정해 주고 개신교회의 교회관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선다. 로마가톨릭교회와 개신교회의 직제를 상호 인정하자고 한다. 감독(주교)제도의 계승을 보존해 온 교회들은 그 제도의 계승을 유지해 오지 않은 교회들(개신교회) 안에 존재하는 안수 받은 직제의 사도적 성격과 이러한 교회들 안에도 감독의 사역이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있음을 인정하라고 한다.

결론: 개신교회의 정박지를 떠남
WCC는 교회의 본질과 속성을 가시적인 것으로 이해하여 하나의 거룩하고 공교회적이며 사도적인 교회는 가시적 일치가 있는 곳에 존재한다고 본다. 일치성의 영적인 본질을 망각하지는 않으나, 관심은 오로지 가시적인 일치에 있다. WCC는 '주어진 일치(given unity)'를 강조한다. 사람들이 교회가 불일치되게 했으나 그리스도는 '가시적' 일치를 주셨다고 한다. 성경은 교회 일치의 한계(qualified unity)를 제시한다. 사도들이 증언한 진리가 고의적으로 반대, 부정되는 곳에는 이미 진정한 일치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스도가 구원의 유일의 길이라는 진리가 부정되고, 성육신과 십자가 사역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신학이론, 곧 모든 인류가 보편적으로 구원받는다고 하는 곳에 성경이 제시하는 진정한 일치는 없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도 바울은 "이 닦아 둔 것 외에 능히 다른 터를 닦아 둘 자가 없으니 이 터는 곧 예수 그리스도라"(고전3:11)고 선언한다. WCC는 가시적 교회 일치에 연연한다. 로마가톨릭교회의 우상숭배와 미신적 교리를 문제시하지 않고 일부는 수용한다. 종교다원주의를 표방하며, 종교혼합주의를 묵인한다. 성경 진리를 '정합성의 해석학', '의심의 해석학'의 결과로 여긴다. 진리를 포기한 이러한 양상의 가시적 교회 일치가 그리스도 안에서 '주어진 일치'라고 말하는 것은 감언이설(甘言利說)이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