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2012.02.19] "WCC란 무엇인가?" - 제10장…①2012-02-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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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CC란 무엇인가?' - 제10장 성경불신주의…①
 

 WCC는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믿지 않는다. 성경은 하나님의 특별계시가 아니며, 영감된 하나님의 말씀이 아니며, 더욱이 오류 없는 말씀도 아니다. 성경은 신앙과 행위의 최종적이고 절대적이고 객관적인 표준이 아니다. 성경은 오랜 역사를 거쳐 내려온 복음 전통(전승)의 산물이다. 성경의 권위는 성경이 아닌 외적인 요소에 있다고 한다. WCC는 성경을 오류 있는 책들의 묶음이며, 따라서 역사서와 문학서와 동일한 방법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한다. 성경은 기독교 신앙지식을 제공하는 문서이고, 성령께서 독자의 마음속에 '하나님의 말씀'을 들려주는 매개체이며, 하나님의 말씀을 증언하는 도구라는 점에서 중요한 책이라고 본다. '에큐메니칼 성경관'이라고 일컬어지는 WCC 성경관은 자유주의 신학의 성경관과 성경해석 방법, 신정통주의 성경관, 급진주의 신학사상을 엮어 짠 것이다. 성경을 구전과 전통(전승)의 산물이라고 보는 것은 로마가톨릭교회와 일치의 길을 마련한 것이며, 타종교들과 진리 찾기의 '대화'와 종교다원주의의 이론적 근거이다. 로마가톨릭교회와 개신교회는 '전통과 성경'을 둘러싼 '권위'의 문제에 대한 팽팽한 차이를 보여 왔다. 신앙과 행위의 최종 권위가 '성경'인가 '전통-교황'인가 하는 문제를 두고서 전자는 베드로 교구의 감독좌를 절대 표준으로, 후자는 '오직 성경'을 최종적인 권위로 천명한다. 그러나 WCC는 '오직 성경' 원리를 포기하고, 로마감독직의 사도적 계승을 인정해 주었다. 개신교회의 신학적 정박지를 떠났다.

1. 성경의 권위와 영감
WCC의 헌장은 "WCC는 성서에 따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하나님과 구원자로 고백하고, 한 하나님, 곧 성부?;성자?;성령의 영광을 위한 공동의 소명을 함께 성취하고 싶어 하는 교회들의 교제(fellowship)이다"라고 한다. "성서에 따라"는 성경이 무엇인가에 대한 설명도,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말도, 성경의 권위에 대한 서술도 아니다.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 기독교 에큐메니칼 단체의 신앙고백문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지나치게 간단하다. 로마가톨릭교회로 하여금 이와 비슷한 것을 표명하라고 하면 훨씬 더 구체적인 서술을 담은 고백문을 제시할 것으로 생각된다. 역사적 복음주의 기독교는 성경이 하나님의 특별 계시의 말씀이며, 성령의 감동으로 기록된 무오한 말씀이며, 신앙과 행위의 최종적이고 절대적인 표준이라고 믿는다. 성경은 전통의 산물이 아니라 하나님의 특별 계시이며, 성경의 권위는 성경 자체에 있다고 믿는다. 성경의 권위는 성경 자체가 가진 신적 특성에 있다고 본다. 성경이 신앙과 행위의 최종 규범이라고 믿고 고백한다. 신앙, 신앙고백, 신조, 교리, 삶 등 모든 것이 성경의 '권위'에 달려 있다고 믿는다. 성경이 무엇인가에 대한 기독교의 답은 네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째, 역사적 기독교는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다"(is)라고 믿는다. 시각장애자가 태양을 볼 수 없어도 태양은 그 자체로 태양이듯이, 성경은 사람의 주관적 체험이나 깨달음이나 하나님과의 만남과 무관하게 그 자체로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믿는다. 둘째, 자유주의 신학자들은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을 포함하고 있다"(contain)고 본다. 성경이 담고 있는 인류의 보편적인 진리(사랑, 자유, 평등 등)는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할 수 있지만, 유대 종교의 저급한 도덕-윤리나, 편협한 종교적 독선 등은 하나님의 말씀이 아니라고 본다. 셋째, 신정통주의는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 된다"(become)고 한다. 성경은 인간이 쓴 유오(有誤)한 책이며, 히브리인 종교의 역사 문서이다.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 아니다. 하나님은 기독교 전통의 산물인 그 책을 매개체로 하여 우리와 만나고 말씀한다. 성경을 수단으로 각자가 하나님과 만남(encounter)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성경과 하나님의 말씀은 동일하지 않다. 성경과 계시도 동일하지 않다. "성경은 단지 계시(예수)에 대한 인간적인 말에 지나지 않는다". 성경책은 참 계시인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인간적인 '증언' 도구이다. 하나님은 인간의 도구를 사용한다. 그것을 매개체로 삼아 하나님과 인간의 만남이 이루어질 때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을 들려주는 어떤 것이 된다. 갑(甲)에게는 성경의 이 부분이 말씀이 되고 을(乙)에게는 성경의 저 부분이 말씀이 된다고 한다. 넷째, 급진주의 신학자들은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 아니다"(is not)라고 한다. 성경은 문학서, 역사서이다. 유익한 교훈을 담은 참고서이다. 그리스도인들이 불의한 세력에 맞서 싸우는 실천(Praxis) 그 자체가 신앙의 본문(Text)이고, 그 실천 속에서만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다고 한다. WCC의 성경관과 성경해석 방법은 자유주의 신학과 일치한다. 권위와 영감과 기능에 관해서는 신정통주의 신학자 칼 바르트와 에밀 부룬너의 성경관을 따른다. 성경이 문학서, 역사서라고 하는 것은 급진주의와 자유주의 신학과 일치한다. 한국교회는 신정통주의(바르트주의, 신신학)를 '자유주의 신학'에 포함시켜 논의해 왔다. 신정통주의는 자유주의 신학의 모순을 깨면서 등장했고, 주로 진보계의 교의학 분야에서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신정통주의의 결정적인 실수는 '성경에 오류가 있다"는 자유주의 신학의 성경관과 성경해석 방법을 수용한 것이다. 신정통주의 성경관은 자유주의 신학 놀이터에 터진 폭죽이었다. 자유주의 신학은 성경을 일반 고대 종교 문서와 역사서와 동일한 것으로 보았다. 성경은 고대 히브리인 종교의 진화의 산물이며 사상적·역사적·과학적·지리적 연대기적 오류가 있다고 주장한다. '역사-비평 방법'을 도입하여 다른 역사서와 문학서와 동일한 방법으로 해석한다. 자유주의 신학의 성경관과 성경해석 방법론을 도입한 신정통주의 성경관은 20세기 전반에 걸쳐 성경의 권위를 크게 위축, 약화시켰다. 교회의 생명력 상실에 영향을 미치고 막대한 피해를 주었다. 예일대학교의 구약신학자 차일즈 교수(B. S Childs)는 20세기 구약신학이 자유주의 신학의 '역사-비평적 방법'을 하나의 기본(a base)으로 받아들인 것은 근본적인 실수(the one basic fault)였다고 반성한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