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2019.07.07] 저는 올해 나이 여든 아홉입니다. 파킨슨병을 앓고 ... 정길순2019-07-07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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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올해 나이 여든 아홉입니다. 파킨슨병을

앓고 있지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입니다.”

 

정 길 순




▶ 저는 남부럽지 않은 가정에서 태어나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자랐습니다. 그런데 농사를 짓는 가정으로 시집을 가서부터 고달픈 삶이 시작되었습니다. 농사일을 하랴, 집안 살림을 하랴, 하루도 마음 편히 쉬지를 못했습니다. 서른이 되어 마지막 넷째 아이를 낳았습니다. 12월 한겨울에 출산을 한 후로 여기 저기 몸이 안 아픈 데가 없었습니다. 이듬해 봄에 모내기를 끝내고는 한 달 동안 집에 몸져누워 있었습니다. 병원에 입원하여 장시간 치료를 받았으나 낫지를 않았습니다.




주위 사람들이 곱게 자란 부잣집 딸을 데려다가 고생시키더니 끝내 병까지 들게 했다면서 시댁 식구들을 향해 듣기에 거북한 말들을 했습니다. 미신을 좇고 우상을 숭배하는 시누이가 무당을 불러 푸닥거리를 했지만 돈만 허비하고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3년 동안을 시름시름 앓았습니다.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죽지도 않는다는 말까지 하면서 심하게 저를 구박하였습니다.




그 후 시어머니는 중한 병이 들어 몇 달을 앓다가 돌아가셨습니다. 거동을 못하게 되시고 나서야 저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셨습니다. 그리고는 시누이에게 올케인 저에게 잘 하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런데 시어머님이 돌아가시고 얼마가 지나지 않아서 이번에는 남편이 간경화증으로 1년을 앓다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렇게 저는 43살에 홀로 되어 아들과 딸 네 아이를 혼자 힘으로 키워야 했습니다.


친정올케의 권유로 아이들을 데리고 용인의 시골에서 수원시로 이사를 왔습니다. 당시에 제일 어린 막내가 초등학교 5학년이었고 큰 아들이 고등학교 2학년이었습니다. 끼니를 잇고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당장 돈을 벌어야 했습니다. 식당일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참 열심히 살았습니다. 다행히 음식솜씨가 있어서 큰 식당에서 주방장으로 일을 하다가, 공사 현장의 함바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일을 하였습니다. 그 때 일을 하던 식당이 지금 우리 은혜와진리교회 수원성전 교회당의 건축 현장이었습니다. 이 곳에서 석 달 동안 식당일을 하였습니다.



함바식당을 그만 두고 몇 해가 지났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어느 날부터 교회가 생각이 났습니다. 지금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몹시 궁금했습니다. 교회나 한 번 가보고 죽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교회를 찾아갔습니다. 교회당 안으로 들어서는데 이상하게도 제 마음이 차분해지고 평안해졌습니다. 교회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장로님 같아 보이는 분이 다가오셔서 저를 반갑게 맞이해 주셨습니다. 마침 예배를 드리는 중이었습니다.




교회에 처음 나오셨느냐, 성경책은 있느냐, 이것저것 물으시고는 자리로 안내해 주셨습니다. 성전에 들어가서 자리에 앉는 순간 마음이 뭉클해졌습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이 났습니다. 예배가 끝날 때까지 눈물이 그쳐지지 않았습니다. 그 때 저는 손가락이 류머티스 관절염으로 부어있어서 장갑도 낄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으면 손가락에서 고름이 줄줄 흘러나올 정도였습니다.




목사님의 설교가 끝나고 기도하는 시간에 저는 어떻게 기도할 줄을 몰라서 그저 “하나님, 제가 아파요, 안 아프게 해주세요.” 하는 말만 속으로 되뇌었습니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예배가 끝나자 손이 나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참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밖으로 나오는데 실제로 손가락이 아프지가 않았습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 다 있나, 생각할수록 신기하고 기쁘고 감사했습니다. 글도 모르면서 서적판매대에 가서 성경책을 샀습니다.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하고, 예배가 있는 날에는 세상만사를 제쳐두고 교회로 달려갔습니다. 당회장 목사님의 설교를 들으면 들을수록 더 은혜가 되고 감동이 되어 예배에 빠질 수가 없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하나님께 기도하고 찬송하는 것이 너무 좋아서 주중예배와 구역예배도 다 빠짐없이 참석하였습니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저는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면 하루도 살 수가 없습니다.




글을 모르면서도 열심히 성경책을 들고 다녔습니다. 한동안은 예배 시간에 성도님들을 따라서 책장을 넘기면서 성경구절을 찾는 시늉만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띄엄띄엄 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단어들이 제 머릿속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서 옆자리의 나이 드신 분들에게 성경 구절을 찾아 줄 정도가 되었습니다. 기적 같은 일이 저에게 또 일어났습니다. 손가락 마다 마디가 아파서 밥도 못 해먹고 오랜 시간 병원을 다녔어도 낫지 않던 손을 하나님께서 순식간에 치료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배운 적이 없는 글을 하나님의 은혜로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그 일을 생각하면 그처럼 저에게 놀라운 기적을 행하신 하나님 아버지께 감사하고 또 감사하게 됩니다.




저는 올해 나이가 89살입니다. 하나님의 긍휼과 사랑이 없었더라면 저는 벌써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거칠고 모진 인생 풍파를 이겨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지금은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저는 지금 팔이 아프고 마비가 오는 파킨슨병으로 보름 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현재는 요양원에서 요양 중에 있습니다. 여기 같이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저보고 학자라고 합니다. 시간만 나면 성경책을 펼쳐 말씀을 읽고 또 열심히 노트에 옮겨 쓰기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 요양원에 오던 날은 제 자신이 너무 처량 맞고 한심스럽게 생각되었습니다. 나를 누가 언제 다시 집으로 데리고 가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하루 이틀 지내다 보니 이제는 집에 있는 것보다 이곳이 더 편하고 좋다는 생각을 합니다. 삼시세끼 밥을 차려주고, 일주일에 한 번은 목욕도 시켜주고, 휠체어를 타고 거실로, 복도로 출입할 수가 있어서 좋습니다. 함께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성경이야기를 해줄 수가 있어서 더더욱 좋습니다.




비록 나이가 들고 몸이 많이 불편해도 제가 행복해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물론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받아 장차 천국에서 영원히 살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오늘 이 순간도 하나님 아버지께서 저와 함께 하고 계심을 믿고 또 실제로 느끼기 때문에 행복합니다. 지금 나보다 더 행복한 사람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이스라엘이여 너는 행복자로다 여호와의 구원을 너 같이 얻은 백성이 누구뇨 그는 너를 돕는 방패시요 너의 영광의 칼이시로다 네 대적이 네게 복종하리니 네가 그들의 높은 곳을 밟으리로다.”(신 33:29) 지금 이 말씀을 되뇌고 묵상하는 저의 심령에 신령한 만족과 평안과 기쁨이 샘 솟듯 솟아납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 감사하고 하나님께 찬송합니다. 할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