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무당이 제 굿 못한다2017-03-19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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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여행 중, 신사(神社)에 들어가 보았더니, 경내에 있는 나뭇가지마다 기원(祈願)의 흰 종이쪽지가 수없이 꽂혀 있어 나무에 흰 꽃이 핀 것 같았다. 이를 보고 나는 일본 신도(神道)는 역시 한국에서 전해진 무속 신앙의 일종이라 생각되었다. 우리나라에도 당나무에는 기원의 쪽지가 매달렸고, 산 속 큰 바위 밑에나 생가에는 수없이 기원의 촛불이나, 울긋불긋한 베쪽지가 매달려 있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무속 신앙은 우리나라 고대부터 전래해 오는 원시 종교임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무당은 신과 인간과의 중개 역할을 하며, 병기도, 초복, 안택, 기우, 진렴, 재액, 축귀 등의 목적으로 징, 장고를 치면서 가무와 주문을 외는 푸닥거리를 한다. 한창 신바람이 날 때는 여과여취(如狂如醉)하여, 얼마 전 TV에 비쳐주던 시한부 종말론 교회의 예배 상황과 일맥상통하다.

그러나 「무당이 제 굿 못한다」는 속담은 무엇을 시사하는 말인지? 여하간 기복 신앙은 맹목적이요, 광적인 미신이 아니겠는가? 내가 작년에 깊은 산속 외딴 조용한 기도원에서 몇일간 기도하였는데, 참으로 「나와 세상은 난 곳 없고 구속한 주만 보이도다」하리만치 기도 삼매(三昧)에 몰입하여 큰 은혜를 체험했다. 역시 우리 주님이 가르치신 『너는 기도할 때에 네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은밀한 중에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라 은밀한 중에 계신 네 아버지께서 갚으시리라』(마6:6)는 말씀이 옳구나 싶었다. 구캐여 많은 사람들이 모여 미친 듯이 날뛰는 대형 기도원의 폐단을 예수님께서 미리 예측하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진정한 기도를 드리려면 교회 한 구석에서도 좋고, 내 집 골방에서도 좋다. 기도란 사람을 멀리하고, 하나님을 명상하거나, 하나님과 교제하기 위함인 것이다. 하나님은 우리가 가장 필요하고, 마땅히 해야 할 최선의 길을 알고 계신다. 그러므로 기도함으로, 하나님의 뜻을 알게 되고, 그를 행할 수 있는 능력도 부여받는다. 결국 말하자면 우리가 원하는 것을 하나님에게 강요하는 것보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으려고 힘쓰는 것에 뜻이 있다. 기도가 본질적으로 우상숭배와 다른 것은, 우상숭배는 무언가 내 인간적 탐욕을 손에 넣으려는데 있다.

자기 욕망을 추구하는 사람은 하나님의 설 잘에 물질을 놓는다. 사실 그 사람은 엄밀히 말하면 신을 예배하는 것이 아니고 물질을 예배하는 것이 된다. 이렇기 때문에 우상숭배 곧 샤머니즘적 기복신앙은 하나님의 진노가 임한다.

근래 기원이(일부이지만) 무속적 기복 신앙으로 흘러가는 양상은 슬픔 일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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