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참 흐믓한 정경(情景)2018-01-07 14:5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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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구역장의 전도심방 요청으로 J전도사와 내가 조그마한 분식집의 구석진 자리에 앉아서 기다린 지 이미 한 시간이 넘었다.

 

전도 대상인 구역장의 부군이 올 것인지 안 올 것 인지? 담상담상 찾아오는 손님들을 바라볼 때마다 초조함이 더해갔다. 이 구역장은 열성이라 구역 성도들의 신망을 독차지하고 있는 분이다. 그러나 그 부군이 사업에 실패를 거듭하는 바람에 생활이 어려워지고 성질도 거칠어져 아내를 구박하기가 일쑤였다.

 

특히 근간에 생계의 도움이 될까 하여 아내가 분식집을 내었는데, 주일날은 가게 문을 닫고 교회에 나가는 것이 심히 못마땅하여 아내를 교회에도 못 나가도록 핍박이 자심한 중이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 기다린 지 두 시간이 넘어서야 구역장의 부군이 문간에 설치한 카운터에 들어와 앉는다.

 

아내가 반가이 맞이하여 소곤소곤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는 꼼짝도 앉고 주판알만 튕긴다. 구역장이 무안한 얼굴로 우리에게 다가와서 장로님, 어이하겠습니까? 한번 가서 말씀 좀 해 주세요.”한다.

 

J전도사와 나는 카운터에 다가서서 안녕하십니까?” 인사를 청했다. 그는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대답이 없다. 숲 속 같은 침묵이 흘러갔다. 나는 다시 저는 부인께서 다니는 교회의 장로입니다.”하며 부드럽게 말을 건넸다. 그가 힐끗 나를 쳐다보더니 땅을 내리보고 격한 어조로 예수쟁이들!”하며 당치도 않은 욕설을 퍼붓는다.

 

전도사가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서고 나는 장승같이 서서 듣고만 있었다. 졸지에 당하는 봉변이라 정신 아찔했다. 이때 내 심정은 죄 없이 십자가에 못박히는 아들 예수를 바라보고 섰는 마리아의 심정이랄까.

 

주여! 하며 눈을 감고 이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악담패설을 듣고 있노라니 이상하게도 이 일이 딴 세계에서 일어나는 것인 양 마치 물 속에서 두드리는 돌의 음향 같다. 실컷 예수 믿는 사람들에 대한 욕설을 퍼붓고 난 후, 그는 다시 자기 아내에게 추한 욕설을 계속한다. 옆에 서 있는 그의 아내(구역장)를 보니 핏기가 다 가시고 석고상같이 말이 없다. 얼마 후 욕설도 그치고 두세 명 있던 손님도 놀란 토끼모양 달아나니 홀 안은 무덤인 양 온통 고요해졌다.

 

그는 다시 주판알을 때그락 때그락 튕기며 말없이 앉아 있었다. 어지간히 분이 풀린 모양이다. 나는 그의 등을 툭툭 치며 말했다. “대단히 성이 나신 모양이시군요, 구라파 전쟁을 치르는 것 같습니다. 내가 여기 온 것은 형제와 시비하자고 온 것이 아니요, 형제의 가정에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해 보려고 왔습니다. 형제가 대단히 노하셨는데 그 원인이 있지 않겠습니까? 그 원인을 우리 해결해 봅시다. 내가 도움이 된다면 힘껏 도와드리지요. 마음 툭 터놓고 말씀해 보시지요.” 그는 다음과 같이 아내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다. 아내가 너무 지나치게 교회에 열심이란 것, 주일날 장사를 휴업하니 단골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 계속 빚만 진다는 것 등이다.

 

내가 허허웃으며 말씀을 듣고 보니 성내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대충 말씀을 간추려 보면 선생의 주장은 주일날도 장사를 해야 된다. 또 부인께서 교회에만 너무 열중하지 말고 가사도 잘 돌봐야 한다 하시는 말씀이시군요. 댁의 형편으로서는 당연한 주장이라 저도 동감입니다. 이런 선생의 주장의 관철되면 부인께서 교회에 나가시는 것은 용납하시겠지요?” 하니 그는 그것까지야 막겠습니까?” 한다.

 

고맙습니다. 예수님도 너희 중에 어느 사람이 양 한 마리가 있어 안식일에 구덩이 빠졌으면 붙잡아내지 않겠느냐.’했습니다 댁의 사업이 우물에 빠져들어가는데 주일이라고 놀겠습니까? 그냥 영업을 계속 하십시오. 그러나 부인의 노고를 위로하는 셈치고 두 주일날만 형제가 가게에 나와서 돌보시고 부인은 교회에 내보내시면 어떨까요.”하니 좋습니다.”하며 선선히 대답한다.

 

참 고맙습니다. 잠언 15장에 가산이 적어도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크게 부하고 번뇌하는 것보다 나으니라하였습니다. 이 늙은 사람이 댁을 방문했던 대접으로 공휴일로 노는 주일날 부인 손잡고 교회에 나오시기를 부탁 드립니다. “하며 그 아내를 향하여 집사님, 내 말대로 순종하시겠어요?”하니 한다.

 

그런데 이 웬일인가? 그 남편이 벌떡 일어나서 눈물을 머금고 의자를 내밀며 노인장께 너무나 실례했습니다. 여기 앉으십시오.”한다. “고맙습니다. 곧 가야지요. 교회에서 다시 만납시다.”하며 홀 밖으로 나오니 그 내외가 따라나오며 계속 계속 고개를 수그린다. 참 흐믓한 정경이 아닌가?나도 손을 흔드니 콧날이 찡한다.

 

하나님의 지혜에 있어서는 이 세상이 자기 지혜로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고로 하나님께서 전도의 미련한 것으로 믿는 자들을 구원하시기를 기뻐하셨도다”(고린도전서 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