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옳고 그른일2018-03-18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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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 경상도 창녕 고을에 고창녕이란 명관이 있었는데, 하루는 독장수가 찾아와 울면서 자신의 딱한 사연을 그 앞에 상소하였다.

 

“독을 지고 팔러 다니다가 잠시 쉬기 위하여 지게를 세워 두었는데 갑자기 회오리바람이 불어와 지게를 넘어뜨려 독이 깨지고 말았습니다. 단방 밑천이라 속수무책이 되었으니 이제는 굶어 죽는 수밖에 없습니다. 살려 주십시오.”

 

원래 고창녕은 인자한 관원이라 그냥 둘 수 없어서 사령(使令)을 불러 명하였다.

 

“사령은 곧 낙동강(洛東江)을 오가는 돛단배를 찾아서 올라가는 뱃사공과 내려가는 뱃사공 둘을 데려오라.”
잠시 후에 두 뱃사공은 영문도 모르고 잡혀 왔다. 고창녕은 올라가는 뱃사공을 향하여 물었다.
“너는 돛을 달면서 바람이 어디로 불라고 하였느냐?”
“네, 강 상류를 향하여 치불어 달라고 빌었습니다.”
다시 내려가는 뱃사공에게,
“너는?” 하고 물었다.
“소인은 강 하류를 내려 불어 달라고 빌었습니다.”
고창녕은 두 뱃사공을 바라보고 껄껄 웃으며,
“네 이놈들! 공변된 바람을 너희 두 사람이 치불라 내리불라 하니 바람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여 회오리바람이 된 것이 아니냐? 그 회오리바람으로 애꿎은 독장수의 지게가 넘어져 단방 밑천인 독이 깨어지고 말았으니 너희들이 무관하다 할 수 있는가?”
하면서 넌지시 사공들로 하여금 독장수를 도와주기를 권유했다. 사공들은 사또의 의향을 눈치채고 “네, 네”하며 독값을 후하게 물어주었다. 독장수는 고창녕을 향하여 백 배 사은 했다.

 

이 이야기는 봉건전제시대에 일어난 것이라 오늘날에는 납득하기 힘든 점도 있겠으나 많은 것을 우리에게 시사하는 이야기다.

 

어느 날 만원 버스에서 본 일이다.
차가 정류소에 정차하자마자 차 안에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는데 아기를 데리고 내리는 여인이 승강구에서 머뭇거리다 뒷사람에게 밀려 아기가 넘어졌다. 여인은 독살스러운 눈초리로 뒷사람을 노려보며 앙칼지게 욕을 한다.
“눈이 멀었나? 왜 아기를 넘어뜨려?”
뒤에서 사람도 벌겋게 달아서 응수한다.
“누가 밀었나? 뒤에서 미니까 밀린 것이지. 고약한 것 어디서 버릇없이 욕을 해.”
이래서 언쟁이 벌어지고 두 사람이 다 자기가 옳다고 핏대를 올린다. 그러나 결과는 창피한 꼴만 되고 말았다. 피차 “미안합니다.”라는 말 한마디로 해결될 문제를 이 꼴로 만들었던 것이다.

 

A교구에서 B교구로 이사를 간 성도가 있었다. B교구 교구장이 찾아와서 교적을 옮기라고 했다. 그러나 그 성도는 A교구 성도와 정이 들어서 옮길 수 없다 한다. 이래서 옥신각신하는 바람에 그 성도는 신앙마저 잃고 말았다.

 

옳은 것만 주장하다가 천하보다 귀한 성도를 지옥에 밀어 넣는 결과를 초래했으니 참 한심한 노릇이다. 옛말에 “군자는 한정된 그릇이 아니다(君子不器).”라고 하였다. 어떠한 형편이든지 잘 적응해서 내 스스로를 고집하지 않고 신축성 있게 쓰이는 그릇이란 말이다.

 

크리스천은 ‘옳다, 그르다’로 사리를 판단하는 자가 아니다. 이 일이 주의 영광이 되는가 아니 되는가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유익한 것이 아니요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덕을 세우는 것이 아니니”(고린도전서 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