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주제 파악2018-05-27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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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문제 상담소에서 청춘남녀들의 결혼 상담을 해온 지 1년 반 동안 1,000여 명의 처녀 총각을 면접하엿다. 일반적으로 신청할 때의 요구 조건은 “신앙 좋고 인물은 수수하면 좋습니다..”라고 하지만 막상 선을 보고 나서는 신앙이야 좋든 하챦든 아랑곳없이 미인을 찾고 학벌을 찾고 가정 환경을 찾고 키가 작다, 크다, 코가 어떻고 눈이 어떻고 등등 조건이란 조건은 총동원해 온다. 취모멱가(吹毛覓痂)라 흠을 찾다가 흠이 없으니 머리 밑을 불어서 흠을 찾아낸다더니 과연 중매결혼은 심히 어렵다. 그래도 적령기의 남녀들은 다소 수월한 편이지만 노총각 노처녀는 선보는 데 이미 박사학위를 딴 사람들이라 도저히 우리 같은 늙은이가 미칠 바 못 된다.

 

한 번은 시골 청년으로서 고학하다시피 하여 대학을 나오고 국가 행정고시에 합격이 되어 좋은 자리에 취직하고 있는 노총각이 찾아왔다. “OO교회에 다니는데 신앙이 좋은 배우자를 구하기 위하여 왔습니다.”한다. 바라보니 이목구비가 수려하고 지성미가 넘치는 청년이라 동역자로 같이 일보시는 권사님과 나는 참 좋은 유망주가 왔으니 우리 상담소의 명예를 걸고 좋은 규수를 선보이자고 의논하고 명문 집안의 규수를 만나보게 했다.

 

우리가 보기에도 썩 잘 어울리고 본인들도 서로가 좋아하는 눈치였다. 3개월 동안 교제하는 가운데 양가 부모들도 동의하는 눈치였고, 특히 처녀 쪽 부모가 열을 올리고 있었다. 우리들도 이 결혼은 다 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처녀쪽에서는 결혼해서 살 집까지 마련하고 결혼날을 정하기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뜻밖에 총각이 처녀와 그 모친을 불러내어 혼인할 뜻이 없다고 선언했다.

 

총각이 생각하기는 명문집 규수니 상당한 지참금이 있으리라 기대했는데 의외로 빈한한 처지라 실망한 모양이다. 이로 인하여 옥신각신 시비가 야기되었다. 하루는 총각이 찾아와서 처녀의 부친에게 맞아서 눈언저리에 피멍이 들었다고 울상을 하며 호소한다. 그러자 처녀 아버지로부터 전화가 왔다. “못된 놈을 소개해주어 내 딸이 크게 상심하고 있으니 이 일을 어찌해야 되겠느냐?” 내 머리털 하나 뽑아 줌으로 천하를 이롭게 한대도 안한다(拔一毛而利天下不爲)는 세정이니 어이하겠는가. 권사님과 나는 일시에 허탈감이 들어 한숨만 나왔다.

 

그런데 이와 대조적인 한 쌍이 있었다. 신랑감은 8남매의 맏이요, 중학을 나온 페인트공으로 가난한 가정을 돕고 있는 착실하고 신앙 좋은 청년이었다. 처녀는 중학교를 나온 양재기술자인데 우리 교회 주일학교 교사이다. 잘 될까, 잘 될까 염려하면서 선을 보였더니 총각은 물론이요, 처녀도 신랑감이 형제의 맏이요, 살림도 어려운 형편이지만 신앙이 좋고 사람됨이 건실하니 좋다 하여 일사천리로 결혼식을 올렸다. 신랑이 얼마나 아내를 사랑하는지 말할 수 없고, 시부모도 자부를 귀히 여겨 불면 날아갈세라 쥐면 꺼질세라 한다.

 

하루는 시부님이 외출했다 돌아오며 자부를 부르기에 가뵈었더니 시누이들을 다 내보내고 품속에서 튀김을 꺼내며 “네가 튀김을 좋아한다기에 돈대로 조금 사왔다. 얼른 먹어라.” 권하는데 너무나 감격스러워서 눈물이 핑돌더라고 한다. 그 후 신랑은 사우디로 가서 아내 앞으로 매월 적지 않은 돈을 부쳐오고 안부 말을 녹음하여 보내오곤 했다. 하루는 그 시누가 아기를 업고 불쑥 나를 찾아와서 만면에 웃음을 띄우며 “장로님, 자주 찾아뵙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아들을 낳았어요. 이름은 장로님이 지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라고 말하는데 행복에 겨운 빛나는 얼굴이었다. 아이의 이름을 지어 주며 중매하느라 애쓴 보람을 느꼈다.

 

한번은 노처녀를 중매하다가 이것도 싫다, 저것도 싫다며 너무 따지는 바람에 맥이 풀려 있었다. 그런데 이 처녀는 바로 밑에 과년한 여동생이 있었다. 그 여동생은 언니 때문에 시집도 못 가고 있는 중이라 언니에 대해 불평이 많았다. “언니야, 시집을 가려면 ‘주제 파악’을 잘 해야 된다. “ “주제 파악이라니? 나더러 결혼 논문을 쓰란 말이니?” “언니야, 생각해 봐라, 우리는 홀어머니의 딸이지, 돈도 없지, 학벌도 없지, 더욱이 인물도 없지. ‘우리 주제’에 어디 좋은 신랑이 장가오기를 바라겠느냐 이 말이야, 내 주제를 잘 파악해서 어지간하면 사람 하나 보고 시집가야 하지 않겠어? 다 된 행복을 바라보지 말고 내가 들어가서 행복을 만들어낼 각오를 가지고 사람을 만나야지!”

 

그렇다 소크라테스도 “너 자신을 알라.”하였다. 천하의 청춘남녀들이여! ‘주제 파악’을 잘 해서 혼기를 놓치지 말고 아름다운 스위트홈을 건설하라.

 

“고난 받는자는 그 날이 다 험악하나 마음이 즐거운 자는 항상 잔치하느니라 가산이 적어도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크게 부하고 번뇌하는 것보다 나으니라 여간 채소를 먹으며 서로 사랑하는 것이 살진 소를 먹으며 서로 미워하는 것보다 나으니라”(잠언 15: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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