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수필

제목스승과 제자2018-07-08 12:4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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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을 이른 아침 스승이 제자를 불러 마당을 쓸라 하였다. 제자는 “예”대답하며 비를 들고 마당에 나가 보니 깨끗이 쓸어져 있었다. 이미 쓸어 놓아 티끌 하나 없는 마당을 스승이 왜 또 쓸라고 하였을까…

 

한참 비를 잡고 망설이다가 제자는 무엇을 생각했는지 비를 놓고 날쌔게 정원수에 기어올라가 나뭇가지를 흔들었다. 늦가을 성글게 남은 가랑잎이 우수수 떨어졌다. 곧바로 제자는 나무에서 내려와 비를 들고 가랑잎을 쓸어 놓았다. 그리고 태연히 방에 들어와 스승에게 “마당을 다 쓸어놓았습니다.”하고 아뢰었다. 이 광경을 문틈으로 내다보고 있던 스승은 만족한 미소를 띠고 고개를 끄덕이며 ‘오늘날까지 가르쳐 온 제자가 이렇게 성숙하였구나.’ 대견스러워 했다. 보통 사람 같으면 “선생님, 마당은 이미 깨끗이 쓸어 놓아져 있는데 무엇 때문에 또 쓸라고 하십니까?”하고 그냥 방으로 들어왔을 것인데 이와 달리 제자는 나뭇가지를 흔들어 가랑잎을 떨어뜨리고 다시 쓸었다. 왜 그랬을까? 첫째, 제자는 스승이 깨끗하게 쓸어 놓은 마당을 다시 쓸라 하는 의도는 알 수 없었으나, 이러니저러니 윗사람의 시키는 일을 거역하려 하지 않고 절대 순종의 자세를 취하였다. 속담에 ‘때리면 우는 시늉이라도 하라.’하지 아니했던가.

 

제자의 이 태도는 바로 신앙의 자세이다. 신앙이란 내가 이해할 수 없더라도 말씀이면 절대 순종할 뿐이요, 거기에 인간적 천착이나 가감(加減)이 있을 수 없다.

 

옛날 하나님이 노아에게 ‘방주를 지으라’고 명하신 것이나, 아브라함에게 ‘너의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 타향을 가라’고 한 것이나, 육적인 인간에게는 어리석게 생각되는 명령이었던 것이다. 더구나 여호수아는 금성 철벽 같은 여리고 성을 매일 일회씩 제사장이 법궤를 메고 나팔을 불며 성을 돌되 제7일에는 7회를 돌면 성이 무너진다고 여호와로부터 약속을 받았다. 인간적으로 생각하며 이해하기 곤란한 어리석은 일 같으나 저들은 정직하게 하나님의 명령에 따른 것이다.

 

시인 테니슨의 ‘경기대(輕騎隊)의 돌진(突進)’이란 시에 “우리들은 왜라고 물을 바 아니다. 우리들은 다만 복종, 죽어야 할 것이다.”라고 노래한 대로다.

 

둘째, 제자가 자기로서는 할 만한 일이 없었지만 스승의 뜻을 받들어 무엇인가 이루어 드리려고 최선을 다했던 것이다. 그래서 곱게 쓸어 놓은 마당에 가랑잎을 떨어뜨려 이리저리 쓸어 놓으니 늦가을의 마당이 일층 아치(雅致)가 있어 보였다. 이로써 제자의 스승에 대한 충성을 볼 수 있다. 신앙은 하나님께 대한 순종만으로는 부족하다. 충성을 다해서 섬겨야 한다.

 

아브라함은 여호와의 명령에 순종하여 고향을 떠나 가나안으로 가서도 여호와를 위하여 단을 쌓고 여호와의 이름을 부르며 섬겼던 것이다.

 

옛날 어떤 원님이 하인들을 한 명씩 차례차례 불렀다. 하인들이 차례로 원님 앞에 나아가 무언가 분부를 기다렸지만 원님은 아무 말없이 다른 곳만 보고 있었다. 기다리다 지친 하인들은 차례로 물러갔는데 그 중에 한 방자 아이가 원님 앞에 자세히 살펴보니 손톱을 깎아 놓은 것이 눈에 띄었다. 방자 아이는 살며시 쓸어서 훔쳐 나갔다. 이 일로 말미암아 이 방자는 원님의 특별한 총애를 받았다 한다.

 

하나님은 말이 없으시다. 그러나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준비하여 두신 것이다.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함은 물론이요, 최선을 다해서 내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찾아내어 선 자리에서 충성하여야 될 것이다. 그리할 때 하나님은 기뻐하시리라.

 

인생이란 이 세상에 태어날 때 무목적으로 태어나서 던져진 실존으로 살다가 취생몽사(醉生夢死)로 마치는 것 같지만 하나님은 반드시 우리에게 무언가 사명을 주어서 태어나게 하신 것이다. 태어나게 하신 이 사실을 절대 긍정으로 받아들이고 하나님이 명하신 사명을 찾아내어야 한다. 그리고 싫든 좋든 이를 이루어 놓아야 한다. 이렇게 매일매일을 하나님의 기쁘신 뜻을 이루어드리기 위하여 주어진 과제에 열심히 노력하는 데에 참 인생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순종이 제사보다 낫고 듣는 것이 수양의 기름보다 나으니”(사무엘상 15:22) “네가 죽도록 충성하라 그리하면 내가 생명의 면류관을 네게 주리라”(요한계시록 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