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무통분만(無痛分娩)2018-09-23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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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땅히 할 말을 성령이 곧 그때에 너희에게 가르치시리라 하시니라”(누가복음 12:12) 심방을 다니다 보면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난처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하루는 중년 자매님 세 분과 함께 K자매 댁으로 심방을 갔다. 평소에 퍽 명랑하고 교양이 있어 아무리 어려워도 궁색한 소리를 안 하는 K자매인데 오늘따라 창백한 얼굴에 겁에 질린 모습으로 만삭이 된 배를 헐떡이며 마중 나온다. 매에 쫓긴 꿩 모양이랄까? 아무래도 이상한 예감이 든다. “자매님 안녕하십니까? 안색이 좋지 못한데요.”하고 물으니 다음과 같은 대답이었다.

 

어려운 형편이라 임신 9개월에 만삭이 가까이 되도록 병원 진찰 한 번 제대로 못하고 있다가 어쩐지 불안해서 오늘 산부인과 병원에 갔더니 아기 위치가 거꾸로 되어서 제왕 절개수술을 하지 않고는 위험하다고 곧 입원 준비를 하라는 권고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 가정의 형편인즉 K자매의 부군은 모 고등학교 교사로 봉직 중, 원래 강직한 성품이라 불의를 차마 못 보는 분으로 부정을 일삼는 교장과 싸워서 사표를 내동댕이치고 나와 이삼 년 째 놀고 있는데 딸이 여섯이라 많은 식솔에 경제적으로 심히 쪼들리는 중이다. 그래서 도저히 수술비를 감당할 형편이 못 되니 가히 청천벽력과 같은 선고를 받은 셈이다. 공포에 창백해진 K자매를 바라보며 무슨 말로 위로해야 할지 난처하기 짝이 없었다.

 

“예배를 드립시다.”하고 찬송을 부른 후 고개를 숙이고 ‘주여 이 일을 어이 하리까?”속으로 기도하고 있으니 ‘안심하라. 순산할 것이다.’라는 성령의 음성이 자꾸 마음속에 들려온다.

 

이에 힘을 얻어 창세기 3장 16절 “ 또 여자에게 이르시되 내가 네게 잉태하는 고통을 크게 더하리니 네가 수고하고 자식을 낳을 것이며”라는 성구를 읽고, 다시 갈라디아서 3장13절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저주를 받은 바 되사 율법의 저주에서 우리를 속량하셨으니”란 말씀을 들려준 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자가 해산의 고통을 받는 것은 우리 조상 하와의 죄로 말미암아 온 것인데 이제 예수께서 십자가에 달려 우리의 죄를 속량하셨으니 주를 믿는 자매님의 해산 고통도 속량하셨습니다. 자매님의 태아가 거꾸로 되었거나 바로 되었거나 하나님이 하시고자 원하시면 순산하실 뿐만 아니라 해산의 고통도 없애 주실 것입니다. 마음을 담대히 갖고 주님만 의지하십시오.”라고 권고 하였다.

 

K자매가 이 말을 듣더니 만면에 희색을 띠며 “순산 할 것이란 자신이 생깁니다. 마음을 놓겠습니다.”하면서 기뻐하였다. 그러자 뜻밖에 민망한 일이 생겼다. 동행한 자매님들이 이구동성으로 항의를 한다. “장로님, 남자이니까 여자들의 사정을 모르고 하시는 말씀입니다. 여자가 아이를 낳는데 안 아프고 낳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생각 없이 한 말이지만 K자매의 공포심을 다시 부채질 하는 격이 되었다. 이래서는 안 되겠기에 나는 정색을 하며 단호히 말했다. “그 소리는 사탄의 소리입니다. K자매님, 하나님 말씀만 믿으십시오.” 그 후 K자매의 순산을 위하여 구역장 S집사와 계속 기도했다. 가히 해산의 수고를 내가 당하고 있는 셈이랄까, 그러던 중 하루는 전화가 급한 듯이 걸려왔다. 수화기를 드니 K자매의 믿지 않는 친정어머니의 목소리이다. “우리 딸이 해산 기미가 있어 병원에 방금 갔는데 딸이 장로님의 기도를 바란다는 부탁입니다.” 혼자서는 불안하기에 급히 S집사를 청하여 둘이서 “하나님, K자매에게 자비를 베푸사 순산을 시켜 주십시오.”하며 간절히 기도 드리고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소식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약 30분쯤 지나서 또 그 어머니의 전화가 걸려왔다. “장로님! 우리 딸이 하나님의 은혜로 순산했습니다. 딸이 직접 장로님께 인사하려고 하니 전화 받으십시오.” 연이어 K자매의 밝은 음성이 들려왔다. “장로님, 아무 고통도 없이 생남했어요. 고맙습니다.” 딸 여섯에 마지막으로 생남했으니 거기에다 무통분만까지 했다니, 그 남편은 얼마나 기뻐할까…. 과연 내 하나님은 좋으신 하나님이시다. S집사와 나는 할렐루야! 를 외치며 두 손을 높이 들고 감사기도를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