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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두려움 없는 생활2017-04-09 16:5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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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동잡록(海東雜錄)에 보면 송월당 조수(趙須)는 늦게야 학문에 힘썼다. 그러나 모든 학문에 능통하고 그뿐 아니라 세 가지 두렵지 않은 것이 있다고 자랑하였다.

 

첫째, 술을 사먹을 돈이 있어 술을 마시고 취해 누워 코를 골고 자고 있으면 벼락이 쳐도 무섭지 않다 함이요.

둘째, 겨울에는 털옷, 여름에는 베옷, 조반석죽을 하고 지내니 여분의 양식과 옷을 비축해 두지 아니하여 도둑맞을까 두렵지 않다 함이요.

셋째, 십년을 벼슬길에 있으면서 조금도 출세하지를 아니하였으니 부귀가 뜬 구름이요 공명(功名)에서 벗어났으니 정승, 판서가 두렵지 않다 함이었다.

 

맹자는 말하기를 부귀로도 그 마음을 어지럽게 못하고 빈천으로도 그 절개를 바꾸지 못하며 무력의 위엄으로도 그 뜻을 꺾을 수 없는 자라야 대장부라 하리라하였다. 조수는 가히 대장부라 할 만하지마는 오히려 세속을 초월한 사람이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욕심없이 살다보니 두려움이 있을 수 없다. 강한 목표달성의 성취의욕 없이 다만 물외한인(物外閒人)의 생활이라 할까. 옛날 우리 조상들은 이렇게 사는 것을 꽤 좋아했던 모양이다. 이러한 안빈낙도(安貧樂道)는 탐심이 없이 좋지마는 너무 소극적이이요, 고식적이요, 퇴영적이요, 은둔적이라 때로는 무사안일주의에 빠지기가 일쑤다.

 

모세가 죽은 후에 하나님이 그 후계자 여호수아에게너의 평생에 너를 능히 당할 자 없으리니 내가 모세와 함께 있던 것 같이 너와 함께 있을 것임이라 내가 너를 떠나지 아니하며 버리지 아니하리니 마음을 강하게 하라 담대히 하라 너는 이 백성으로 내가 그 조상에게 맹세하여 주리라 한 땅을 얻게 하리라마음을 강하게 하고 담대히 하라 두려워 말며 놀라지 말라(1:5~5)하시었다. 하나님은 여호수아에게 두려워말라」「용감하라」「약속의 땅을 쟁취하라거듭거듭 강조 하신다. 이것이 기독교 정신이다. 세상의 사상 풍조에서 독립하여 하나님만 의지하고 두려움 없이 목표 달성을 위하여 앞으로 앞으로 전진하는 것이 크리스천의 생활이다. 사도 바울은 빌립보에서 복음을 전하다가 심히 매를 맞고 중죄인이 되어 발에 착고를 차고 옥에 갇히었는데도 용감히 찬송을 불러 옥터가 진동하게 한 두려움 없는 믿음의 사람이다. 또한 뒤에 있는 것을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쫒아 가노라(3:13,14)고 술회함으로 무사안일과는 거리가 먼 전진적이요 쟁취적인 인물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동시에 내가 궁핍함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형편이든지 내가 자족하기를 배웠노니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4:11~13)고 안심입명(安心立命)의 경지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조수의 두려움이 없는 생활은 의욕과 욕심을 버리고서 얻어지는 인간적 공덕이요, 바울의 두려움이 없는 생활은 하나님을 온전히 믿고 하나님의 부르심의 상을 바라보고 쫒아 가는데서 얻어지는 하나님의 은총이다. 똑같이 두려움 없는 생활이로되 조수와 바울의 마음 자세는 천양지차라 하겠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조수도 아니요 바울도 아닌 각박하고도 조급한 노이로제 환자가 들끓고 있으니 딱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