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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조그만 행복2017-10-22 14: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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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원에서 일주일 금식기도를 마치고 하산하기 전, 기도원 식당에서 보호식으로 죽을 대접받은 일이 있었다. 그런데 이 죽이 천하의 별미요, 김칫국 또한 얼마나 시원하고 맛이 좋던지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예수를 믿지 아니했던들 이미 죽어서 백골이 진토되어 없어졌을 몸인데 이제까지 살아서(불치의 심장병을 주님께서 고쳐 주셨다)이렇게 맛있는 음식까지 먹게 되는구나 생각하니 일시에 말할 수 없는 행복감으로 가슴이 벅차 올랐다. 하챦은 죽 한 그룻, 김치 한 보시기가 나를 이다지도 행복에 젖게 한단 말인가! “배가 부르니 교천 최부자가 눈 아래로 보인다.”는 속담과 같이 죽 한 그릇에 9대 진사 12대 만석의 경주 교천 최부자가 부럽지 않았다.

 

큰 집이 천 칸이라도 밤에 누울 자리는 여덟 자뿐이요 좋은 밭이 일만 이랑이라도 하루 먹기는 두 되면 족하다하지 아니했는가.

 

나물밥을 먹고 물을 마시고 팔을 굽혀 베개를 삼아도 즐거움이 또한 그 가운데 있거늘 옳지 못하게 하고 부하고 귀함이야 내게는 뜬구름과 같다.”라고 한 옛 성인의 말이 실감나게 느껴진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마음이 가난할대로 가난해져 죽 한 그릇에 행복을 느께게 해주시는 하나님을 찬양하였다.

 

어느날 수유리로 심방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오는데, 탈 때에는 승객이 얼마 되지 않았는데 점점 승객이 불어 발 디딜 틈도 없을 만큼 초만원 버스가 되었다. 그런데 도중에 정류장에서 연약한 여학생들이 큼직한 책가방을 들고서 땀을 뻘뻘 흘리며 승차하는 것이 아니가. 버스가 출발하자 승객들은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며 혼잡을 이루었는데 여학생들은 책가방을 주체하지 못하여 안절부절이다. 그 모습이 애처로워 여학생들의 손에서 여러 개의 책가방을 받아 내 무릎 위에 놓았다. 모두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하며 활짝 미소를 짓는다. 차내가 일시에 밝아지는 듯하다. 숨 막히는 차안에서도 나는 흐믓함을 느끼며 책가방의 무거움도 잊었다. 지극히 작은 호의가 이렇게 많은 감사를 받을 줄이야! 과연 감사로 인하여 나를 영화롭게 하고(시편 50:23) 복잡한 차 안에서도 행복한 한 때를 보낼 수 있었던 것이다.

 

몇 해 전 대방동으로 심방 갔을 때다. 하반신 불수로 6년 동안을 병상에 누워 병고에 시달리는 여인을 구역장과 함께 찾아갔더니 그 여인은 얼마나 사람이 그립고 외로웠던지 우리를 보고 어린애처럼 반가워하며 기뻐했다. 나는 성경말씀으로 위로하고 간절한 기도를 그녀에게 해주었다. 그러자 그녀는 얼굴에 홍조를 띠며 눈에는 이슬까지 맺혔다. 그 감격에 찬 표정은 마치 천사와 같이 빛났다. 그 뒤 여러 달을 매주일 심방하곤 했었는데 급기야는 일어나 앉게 되어, 예배드릴 적마다 목청이 터져라 찬송을 부르며 어떻게나 좋아하던지…., 우리들도 덩달아 크게 찬송을 부르며 나와 세상은 간 곳 없고 구속한 주만 보이도다함을 실감했다.

 

때로는 그녀가 어리광을 부리듯 장로님, 제가 휠체어만 탈 수 있다면 해군 병원에 가서 지체불구의 상이군인들을 전도하고 위로할래요.” 하며 샛별같이 빛나는 눈동자로 나를 쳐다보고 미소짓곤 했다. 성녀와 같은 그 모습에 나는 오히려 눈이 부셨고, 전도의 발의 아름다움을(로마서 10:15) 체험으로 느끼며 행복감에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그 후 얼마 동안 심방을 못 가고 있다가 다시 찾아갔을 때는 어디론가 이사를 가고 없었다. 하지만 그녀를 심방하던 그 일을 생각하면 수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마음이 흐믓하고 한때의 향수 마냥 즐거움을 느낀다.

 

어느 더운 여름이었다. 행촌동에 살다가 북한산 기슭에 농장 일꾼으로 이사간 자매님을 전도사님과 구역 성도들이 함께 심방 간 일이 있었다. 그 자매님은 어떻게 이 멀리까지 잊지 않고 심방을 왔느냐고 무척이나 반가워하며 우리를 안내하며 북한산 깊은 계곡 맑은 시내로 인도해 주셨다.

 

이곳은 일반인의 입산 금지구역이라 조용하고 물 맑기가 명실공히 옥수라 할 만했다. 울창한 숲속 바위틈을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니 간 속까지 시원해지는 듯했다. 우리 일행은 모두가 천사나 된 듯 찬송을 부르며 희희낙락 더위를 잊고 물놀이를 즐겼다.

 

높은 산이 거친 들이 초막이나 궁궐이나 내 주 예수 모신 곳이 그 어디나 천국이니, 행복한 하루였다. 작은 시냇물이 모이지 아니하면 강과 바다를 이루지 못한다 했다. 이 개울물도 흘러 한강을 이루리라.

 

나는 고요히 고개를 숙여 주님께 기도를 드렸다. ‘이렇게 졸졸 흐르는 개울물이 모여서 강을 이루듯 날이면 날마다 나의 조그만 행복도 쌓이고 쌓여 아름답고 풍요로운 인생의 강을 이루게 하소서!’

 

이스라엘이여 너는 행복자로다 여호와의 구원을 너같이 얻은 백성이 누구뇨 그는 너를 돕는 방패시요 너의 영광의 칼이시로다”(신명기 3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