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근심2018-11-04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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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을 두고 염려와 근심을 하지 않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아무도 그런 사람은 없다. 생로병사(生老病死)의 피치 못할 짐을 지고 태어난 인생인지라 근심하는 그 자체가 인간이 살아가는 길이요 방편인가보다.

 

어느 효심이 두터운 아들이 아버지를 위하여 거처할 사랑채를 지어 드렸다. 그런데 그 아버지가 누워서 쳐다보니 대들보에 금이 가 있었다. 이를 본 아버지가 “쯧쯧”혀를 차면서 근심하기를 마지아니하였다. 아들이 “생나무가 마르면서 금간 것이니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라고 아버지를 달래어도 막무가내로 근심을 계속하신다.

 

아들은 이를 보다 못해 아버지를 잠시 여행을 떠나시게 하고 그 동안에 대들보를 갈아치웠다. 이제는 아버지의 근심을 덜어주게 되었다고 아들은 기뻐하며 만족해 했다. 그러나 아버지가 돌아와서 이를 보고 별반 기뻐하지도 않고 그 뒤 근심거리가 없어진 연고로 무료히 지내다가 얼마 못 가서 죽고 말았다. 차라리 금이 간 대들보가 그대로 있어서 근심을 계속했더라면 아버지가 오래 사셨을지 모르겠다.

 

한문 숙어에 기우(杞憂)란 말이 있다. 옛날 기나라에 하늘이 무너진다고 근심하는 자가 있었다 한다. 이것은 쓸데 없는 근심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그러나 사람이 무언가 근심한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자기 존재의 표현이 아니겠는가? 어쨌든 근심은 괴로운 것이다. 도대체 인간에게 왜 근심이 붙어 다녀야만 하는가?

 

시조 아담이 타락함으로 죄가 전인류에게 미치고, 하나님께서 정해 주신 행복을 사람들은 잃어버리고 말았다. 죄로 물든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뿐이다(요한일서 2:16). 이를 충족시킬 길이 없는 인생이 충족하지 못할 정욕을 좇아 시지프스의 고행을 일삼고 있는 것이다. 가히 부생이 공자망(浮生空自忙)이라 할까? 한탄과 근심이 제2의 인간 천성이 되었다.

 

공자도 “먼 일을 염려하지 아니하면 가까운 근심이 반드시 있다(人無遠慮 必有近憂).”고 하였다, 꿈 아닌 현실에서 이 고해인생(苦海人生)을 살아가는데 근심 없이 지낼 길은 없겠는가? 이 해결책이 성경에는 분명히 있다. “너희 염려를 다 주께 맡겨 버리라 이는 저가 너희를 권고하심이니라”(베드로전서 5:7)하였다. 우리가 예수를 믿고 세상으로부터 오는 모든 염려와 근심을 예수님께 맡기면 예수께서 맡아 주시겠다고 한 약속의 말씀이다.

 

나는 9남매를 자녀로 두고 있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고 여러 가지 문제가 많이 생기고 또한 근심할 일이 연달아 찾아온다. 나는 종일 성도의 가정을 심방 다니다 보니 만사를 잊고 다니게 되는데 저물어서 집에 돌아오면 아내가 기다렸다는 듯이 걱정 근심의 정보를 잠자리에서 늘어놓는다. 듣고 보면 근심 아니할 수 없고, 근심한다고 내가 해결할 길이 없는 문제들이 많다.

 

나는 속으로 “너희 염려를 다 주께 맡겨 버리라 이는 저가 너희를 권고하심이라”는 말씀을 계속 외운다. 그러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어느새 잠이 들고 만다. 이튿날 아침에 아내는 내가 잠만 잘 잔다고 핀잔을 준다. 나는 “여호와께서 그 사랑하시는 자에게 잠을 주시는 도다”(시편 127:2)하면서 웃어넘긴다. 때가 되면 모든 문제는 저절로 해결되는 것을 체험했다.

 

사실 나는 오랜 신앙생활에서 체험한 일이지만 내 의지를 공고히 해서 근심을 잊어버린다든지 죄의 유혹을 물리쳐 버릴 수가 없었다. 다만 하나님의 말씀을 되풀이해서 입으로 시인함으로써만 확실하게 이들을 격퇴 할 수 있었다. 하나님의 말씀이 어떻게 그러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가는 설명하기 어렵다. 오직 체험일 따름이다. 체험한 자는 하나님의 말씀은 보통 인간의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 것이다.

 

어쨌든 우리는 예수 믿고 세상 근심을 물리칠 수 있다. 그러나 예수 믿는다고 전혀 근심이 없어질까? 그렇지도 않다. 세상 근심이 줄어드는 대신 하나님을 향한 신령한 근심이 뒤따라온다. 믿는 자가 세상 반, 하나님 반의 생활을 하기 때문에 하나님 뜻대로 살지 못하는 연고이다. 주님의 말씀이 우리의 가슴에 부딪쳐올 때 나 자신의 추한 모습이 드러나고, 떨리고 아픈 마음으로 근심하지 아니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신앙체험이다.

 

그러므로 예수를 믿고 우리는 세상 근심을 떠난다 해도 또다시 하나님을 향한 신령한 근심이 다가옴을 피치 못한다. 이래도 근심 저래도 근심 이왕 세상에 살면서 근심하지 아니할 수 없는 인생일진대 차라리 세상 근심을 말고 하나님의 뜻대로 하는 신령한 근심을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하나님의 뜻대로 하는 근심은 후회할 것이 없는 구원에 이르게 하는 회개를 이루는 것이요 세상 근심은 사망을 이루는 것이니라”(고린도후서 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