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상한 주례(主禮)2018-09-3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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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를 마치고 나오는데 “장로님, 어려운 부탁이 있어요.”한다. 바라보니 나와 동역으로 구역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다니는 신구역장이다. “무슨 부탁이오?”하니 그녀는 다음과 같은 사연을 이야기 했다.

 

B동 구역장님의 담당구역 내에 갓 나온 여성도가 있는데 퍽 얌전하고 착실한 1남 2녀를 둔 40대 내외의 주부이다. 그 남편은 모 기관에(수사관으로) 근무하는데 야근이 많은 직책이었다. 그런 중 금년 들어서는 웬일인지 사건이 연발하여 밤낮 뛰어 다니다 보니 외박이 잦고 가정에는 낮에 한번 얼굴을 비치고 밤에 들어와서 자는 일이 거의 없게 되었다.

 

이에 속상한 아내에게 남편에 대한 이상한 소문이 더욱 가슴에 불을 질러 놓았다. 즉 남편이 어느 술집 여자와 친하게 지낸다는 것이다. 이로 인하여 내외간 싸움이 잦아졌다. 아내는 밤이면 고뇌로 지새우고 원망과 탄식으로 몸부림치는 날이 많아졌고 남편에 대한 환멸이 커져만 갔다.

 

이 모양으로 토라진 마음에 남편 없는 빈집 지키기가 역겨워 하루는 친구들과 어울려 춤이나 배우자고 댄스홀에 가게 되었다. 이에 재미를 붙인 그녀는 사람의 눈을 피하여 댄스홀 출입이 잦아졌다.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라, 외간남자와 춤추는 현장을 수사하러 갔던 남편에게 들키고 말았다. 격노한 남편은 아내와 이혼하기로 결심하고 대판으로 싸움을 벌인 후 구역장을 찾아와서 말했다. “예수 믿는 여자가 이럴 수가 있소?”

 

자기 집에 구역성도들을 모아달라고 하며 구역 성도들 앞에서 시시비비를 캐고 기어코 이혼선언을 해야겠다 한다. 이 말이 혼이 난 B동 구역장은 “어찌할 바를 모르니 조 장로님이 좀 와서 이 일을 수습해 주시기를 바랍니다.”라는 부탁을 받았다 한다. “부부싸움은 개도 안 먹는다는데 내가 어찌하겠소.” 하니 신구역장 말이 “어쨌든 가봐야 해요.”하며 우겨댄다. 그날 저녁 신구역장 안내로 B동 구역 성도 10여 명과 함께 수사관의 집에 갔다. 아내는 마치 매에 쫓긴 까투리같이 쭈그리고 앉았고 수사관은 싸우다 나온 수탉 모양 노기등등한 모습이다.

 

대뜸 “예수 믿는 아내가 가정을 버리고 외간남자와 춤을 추고 돌아다니니 예수 믿는 것이 고작 이것이요?” 꾸짖는 것이 흡사 내가 심판대 앞에서 힐책을 당하는 듯하다. “장로님, 우리 내외는 아무래도 갈라서야 되겠으니 여러 구역원 앞에서 재판을 해주시오.” 참 기가 막힌 일이다. 이러니 예배 드릴 형편도 안 되고 난처하기 그지없다. 눈을 감고 한참 묵상하다가 말을 꺼냈다.

 

“재판을 해달라 하니 무엇으로 재판을 하겠소. 사회에는 법률이 있으니 법에 의해 재판을 하거니와 우리 신자들은 하나님 말씀으로 판단을 하는 법이오. 자, 우선 하나님 말씀을 하나 봅시다.” 나는 성경 고린도전서 13장을 펴 들고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정색하며 수사관을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은 진정 아내를 사랑하고 있었소?” “글쎄요, 사랑하기에 이제까지 살지 않았습니까?”

 

“그렇다면 성경에 사랑은 오래 참는다고 하였으니 아내의 허물을 덮으시고 참으시기 바랍니다. 비록 당신은 공무에 충실 하다 보니 가정에 충실할 수 없었고 또 수사를 하다 보니 다방이나 술집에 빈번히 드나들 수 밖에 없는 줄 압니다. 그러나 당신 아내의 입장에서 볼 때 남편의 사랑이 너무나 아쉬웠던 것이라 봅니다. 공연한 뜬소문을 믿게 되는 것도 사랑하는 탓이요, 반발해서 춤추러 나가는 것도 사랑의 도전이라 봅니다. 사람은 다 약한 것이요, 실수도 하고 허물도 있게 마련입니다. 성경에 사랑은 허다한 허물을 가리운다 하였습니다. 부인을 용서해 주시고 이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아내의 마음을 아프지 않도록 가정을 행복한 사랑의 보금자리가 되게 힘써 주시기를 부탁 드립니다.”

 

다시 그 아내를 향해 타일렀다. “자매님! 남자들의 세계는 아내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고달프고 힘겨운 일이 많소. 남편이 설혹 가정에 충실치 못하더라도 사랑으로 감싸고 남편이 아내의 사랑에 흐믓함을 느껴서 풍랑을 만난 사공이 항구를 그리워하듯 항상 가정을 그리워하도록 만들 책임이 있소. 더욱이 예수 믿는 아내가 아무리 사랑의 반발이라 해도 춤추러 다닌다는 것은 천부당 만부당한 일이오. 내가 장로로서 권고합니다. 회개하시고 이 자리에서 남편에게 사과하시오.”

 

그러자 아내는 목메인 음성으로 남편에게 사과를 하며 빈다. 남편이 숙연히 앉아 듣다가 “장로님, 이놈이 죽을 놈이요, 아내 탓만 하고 내 잘못은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하며 눈물짓더니, “장로님 저도 예수 믿고 새 사람이 되어 새 인생으로 출발하겠습니다. 과거의 부부생활은 청산하고 새 가정을 이루기 위하여 우리 내외가 새로운 결혼식을 올리겠습니다. 주례를 서 주십시오.”한다.

 

일시에 온 방안에 박수갈채가 터지고, 환성으로 가득 찼다. 나는 두 내외의 손을 겹쳐 쥐고 결혼식 기도를 엄숙히 드렸다. 온 성도는 아멘으로 화답을 하였다. 그리고 주인이 과자를 사와서 화기애애한 중 예배를 마쳤다. 지금은 두 내외가 다 교회의 집사요, 구역장이다. 할렐루야!

 

“허물을 덮어 주는 자는 사랑을 구하는 자요 그것을 거듭 말하는 자는 친한 벗을 이간하는 자니라”(잠언 1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