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둔갑한 여우2017-07-09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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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강원도 두메 산골을 여행하던 중, 어느 마을 앞 정자나무 밑에서 쉬다가 여든 살이나 되어 보이는 영감님을 만나서 인사를 나눈 후, 이 마을에 무슨 전설이나 미담이 없는가 물어 보았다.

 

영감이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옛날 이 마을에 박 생원이란 마음씨 착한 농부가 살고 있었는데 산에 갔다가 천년 묵은 여우를 만났다. 그 여우가 박 생원의 혼을 빼낸 후, 여우는 박 생원으로 둔갑하고 박 생원은 여우가 되었다.

 

그래서 진짜 박 생원인 여우는 동리에서 쫓겨나고, 둔갑한 여우는 박 생원으로 버젓이 동리 안에 살게 되었다. 그런데, 그 마음씨 착하던 박 생원이 돌변하여 간교한 사람이 되어 동리에 한없는 작폐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그 평화스럽던 동리가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 나날이 시비와 싸움판이 그칠 날이 없고, 온 동리가 수라장으로 변했다. 그 중에 지각 있는 동장이 산중에서 수도하는 도사를 찾아가 상의를 하였다. 도사가 하는 말이 아무래도 박 생원에게 요사한 것이 쓰인 모양 같다 하며 함께 동리로 내려와 박 생원을 불러놓고, 도사가 주문을 외쳤다.

 

그랬더니, 박 생원이 새파랗게 질겁 하고 넘어지면서 그 몸에서 백여우가 뛰어 나와 달아나고 말았다. 그 후로는 동리가 화평하게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 동화와 같은 전설을 듣고 깊은 감명을 젖었다.  그 마음씨 착하던 박 생원 속에 요사한 여우 생명이 들어가니, 착한 박 생원 마음씨가 간교한 여우 마음씨로 변해 버렸다는 사실이다.  아담의 유전을 받고 태어난 인간들이 육신의 정욕, 안목의 정욕, 야생의 자랑을 피할 길이 없다. 아무리 애써도 그 성격을 고치기가 어렵다. 그런고로 「성인도 자기의 잘못은 알지 못한다」(聖人自過不知)고 하지 아니하였던가?

 

고린도전서 1 30, 31절에『너희는 하나님께로부터 나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고 예수는

하나님께로서 나와서 우리에게 지혜와 의로움과 거룩함과 구속함이 되셨으니 거룩된 바 자랑하는 자는 주 안에서 자랑하라 함과 같게 하려 함이니라』했다.

 

하나님은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에게 영생의 선물로 주셨다.  그러므로 그가 내 안에서 생명을 나타내시도록 박 생원 모양 내 자신의 혼은 나가고, 그리스도의 영 곧 성령이 들어와서 나를 주장하게 한다면, 그가 내 대신 지혜와 의로움과 거룩함이 되어 주실 뿐 아니라, 내가 필요한 모든 것을 채워주실 것이다.

오늘날 크리스천들이 소위 믿는다 하면서, 내 안에 내재해 계시는 예수를 제쳐 두고, 아담의 유전을 따라 살아가는 자가 많기에 주님의 영광을 가리우는 일이 허다함을 개탄하지 아니할 수 없다. 목적과 관심은 하나님을 위하고 섬긴다면서, 행하는 방식은 세상적인 지혜와 수단으로 행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사탄의 이용물이 되고, 허울좋은 크리스천으로 둔갑하여 허세를 부리는 자가 없기를 바라 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