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참 선행(善行)2017-12-10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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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이 연일 계속되는 어느 겨울이었다. 다리 밑에서 오륙 명의 거지가 모닥불을 피우며 어한을 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 70이 넘은 불쌍한 거지 한 사람이 끼어 젊은 거지들에게 천대와 구박을 받고 있었다. 젊은 거지들은 차례로 나무를 주워와서 불을 피우는데 이 늙은 거지는 나무도 못해오는 주제에 불 곁으로만 자꾸 다가앉으니 말이다. 그 주에 거지 고수가 늙은 거지를 향하여 진지하게 말을 꺼내었다.

 

영감님, 이제 살면 얼마나 살겠습니까? 당신이 이 모양으로 고생하다 죽으면 누가 초상인들 제대로 치러 주겠습니까? 내 말만 들으면 영감님은 이 고생도 끝이 나고 아주 융숭하게 초상을 치러 양지쪽 명당에 장사 지내 사후 복이나마 잘 받게 될 터인데 그럴 의향이 없습니까?” 그러자 늙은 거지가 의아한 얼굴로 고수 거지를 바라보며 사실 모진 목숨 못 죽어 원수인데 만약 진정 그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였다.

 

고수 거지가 늙은 거지 귀에 대고 무어라고 속삭이자 늙은 거지가 비장한 얼굴빛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 어느 날 관찰사를 지내고 부자로 잘 사는 양반 댁에 늙은 거지가 나타났다. 동냥을 달라며 억지로 내당으로 통하는 대문 안까지 걸어 들어온다. 내당에 있던 젊은 여인들이 깜짝 놀라며 아이고 흉측해라! 거지가 왜 내당까지 들어 온단 말인가?” 하며 호들갑을 떤다. 이 소리에 놀란 젊은 주인 아들들이 방에서 나와 늙은 거지는 아랑곳없이 자꾸 앞으로 나아오더니 여러 여인들이 바라보는 앞에서 소변을 보기 시작한다. “저놈을 당장 끌어내어라!” 호통을 치자 사랑에서   이런 내당의 소란을 들은 주인 영감이 아들을 불러 그 연유를 물었다. 아들이 노기 등등한 얼굴로 여차여차해서 그런다고 거지의 무례를 고해 바쳤다. 이 이야기를 듣고 주인 영감이 깜짝 놀라 아들을 보고 그 어른을 당장 사랑으로 모셔라.”명령하였다. 아들은 아버지의 뜻밖의 분부를 거역할 수 없어 그 늙은 거지를 사랑방으로 인도하여 데리고 왔다. 백발이 성성한 주인 영감이 늙은 거지를 보자 반색하며 아이고! 이 추위에 얼마나 고생을 하는가? 이쪽 구들목으로 앉게나.” 하며 반가이 맞이한다. 거지를 따뜻한 구들목에 앉히고 난 후 자기 의복 한 벌을 가져오라 하여 거지에게 갈아 입히고 밥상을 잘 차려오게 하여 배불리 먹게 했다. 죽을 각오를 하고 달려든 늙은 거지는 뜻밖에 융숭한 대접을 받자 너무나 감격하고 주인의 후한 인심에 자기의 무례함이 부끄러워졌다. 거지는 황공한 마음이 들어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주인이 묻기를 자네가 아무리 고생이 되더라도 왜 이런 짓을 하였는가? 무슨 연유가 있을 터이니 사실대로 이야기해주게나.” 하고 타이른다. 늙은 거지가 눈물을 지으며 고수 거지의 사주를 따라 이런 짓을 했다고 고백을 하는 것이었다. 그 내용인즉 부잣집 가정에 가서 상식으로 행할 수 없는 무례한 짓을 하면 반드시 시비가 일어나고 급기야 구타를 당할 것이니 그럴 때 사생결단으로 대어 들어 맞아 죽어라. 그리하면 거지 일당이 살인 났다고 그 댁에 달려들어 적지풍파를 일으켜 영감의 초상도 잘 치르게 하고 자기들도 후히 대접받을 것이란 것이다. 이 말은 들은 주인 영감은 늙은 거지를 만단 위로하고 후히 돈냥깨나 주어서 보냈다.

 

어찌하여 그 늙은 거지의 흉계를 미리 알았습니까?” 주의 사람들의 물음에 영감이 답했다. “사람이 다 양심이 있는데 비상한 일을 저지르는 사람은 반드시 그 속에 음흉한 흉계가 있는 법이다. 그러나 이럴 때는 참고 피할 길을 꾀해야 될 것이다.” 옛 글에 남을 훼손하면 끝내 내가 손실을 입을 것이요 세도대로 행세하면 앙화가 절로 따르게 되느니라.”하였다. 성경 사무엘하 16장에 보면 이스라엘 나라 다윗 왕은 명군이었지만 가정생활이 문란하여 노년에 여러 비빈에게서 넣은 자식들로 말미암아 왕위 계승 문제 등으로 곤경에 빠졌다. 3남 압살롬이 모반하여 왕위를 찬탈하고 나서니 다윗 왕은 자기를 추종하는 대소신료를 거느리고 피난길을 나섰다.

 

도중에 사울 왕의 집 족속 시므이라는 자가 나타나서 다윗 왕에게 입에 못 담을 악담으로 연속 저주하고 또 다윗 왕과 그 모든 신복을 향하여 돌을 던지니 그 때에 스루야의 아들 아비새가 왕께 여짜오되  이 죽은 개 같은 시므이 따위가 어찌 이처럼 내 주 왕을 저주하리이까 청컨대 나로 그에게 건너가서 시므이의 목을 치게 하소서하였다. 이에 대해 다윗 왕은 스루야의 아들들아 내가 너희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 그를 그냥 두어라 저가 그렇게 나를 저주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저에게 명을 내려 다윗을 저주하라 하심이니 네가 어찌 그리 하였느냐 할 자가 누구겠느냐했다.

 

또 아비새와 모든 신복에게 내 몸에서 난 아들도 내 생명을 해하려 하거든 하물며 이 시므이 같은 베냐민 사람이랴 하나님께서 저에게 명하신 것이니 저로 마음껏 저주하게 버려 두라 그러나 언젠가는 하나님께서 나의 원통함을 불쌍히 여기시고 오늘날 내가 참고 받아 준 그 저주 까닭에 선으로 내게 갚아 주시리라하고 그냥 행차를 하는데, 시므이가 산비탈로 따라가면서 저주하고 저를 향하여 돌을 던지며 티끌을 날리었다. 왕과 그 함께 있는 백성들이 다시 그 저주를 참고 들으면서 비장한 피난길에 고통을 더하며 그대로 갔다 한다.

 

이로 보건대 다윗의 깊은 신앙을 엿볼 수 있다. 다윗은 과연 겸손과 순종과 온유와 관용의 인물이었음을 알 수 있다.

 

앞에 나왔던 주인 영감의 인내와 관용도 놀랍지만 다윗 왕의 하나님을 믿고 복종하는 데서 오는 신앙으로 말미암아 위대한 덕성과는 비할 바가 아니다. 그가 훗날 받은 은혜와 축복은 이러한 믿음과 순종의 선물이라 아니 할 수 없다.

 

대저 인위적인 미덕(美德)은 공리적이요, 타산적일 때가 많고 때로는 위선이 되기 쉽다. 그러나 신앙에 의한 미덕은 믿음과 순종의 자연 발로(發露)요 희생적이다. 그런고로 불변의 진실성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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