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수필

제목초월적 생활과 은혜의 생활2018-04-22 13: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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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사람이 조산혜하(曹山慧霞)에게 물었다. “너무나 뜨거워서 괴롭습니다. 어디로 피하리까?” “불 속으로 뛰어들어라.” “불 속이라면 더 뜨겁지 않습니까?” “그 이상 뜨거워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상의 문답은 흡사 정신 나간 사람들이 지껄이는 소리 같다. 하지만 실은 인간 고뇌(苦惱)를 해소(解消)하는 선적(禪的)가르침이다.

 

인간은 누구라도 이렇게 되었으면 하는 소원이 있다. 그러나 번번이 이 소원을 가로막는, 불가항력으로 안 되게 하는 것이 있게 마련이다.

 

‘하고 싶다’는 소원과 ‘안 되게 하는’세력이 대립항쟁 할 때 인간은 번뇌가 생긴다. 이 모순 대립은 내 힘으로는 어찌할 수가 없다. 가령 태풍이 불어 집이 날아간다고 하자. 이제 그만 태풍이 그쳤으면 좋겠는데 여전히 태풍은 분다.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대로 둘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그렇게 되게 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초월의 체험이 가능하다. 모순대립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럴 때에 고뇌는 해소되고 만다.

 

김삿갓(金笠)의 시에 이런 것이 있다. 이대로 저대로 되어가는 대로( 此竹彼竹化去竹) 바람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風打之竹浪打竹) 밥이면 밥, 죽이면 죽, 이대로 살고(飯飯粥粥生此竹) 옳으면 옳고 그르면 그르고 그대로 부쳐두고(是是非非付彼竹) 손님 접대는 가세대로(賓客接待家勢竹) 시정 매매는 시세대로(市井賣買歲月竹) 만사가 내 마음대로 아니 된다네(萬事不如吾心竹) 그러나 그렇고 그런 세상에 그런대로 지나가려나(然然然世過然竹)

 

내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일을 발악해 보았자 괴로움만 더할 뿐이다. 산은 높게 마련이요, 물은 길게 마련이다(山高水長). 꽃은 붉고 버들은 푸르르다(花紅柳綠). 여기에 무슨 이의를 달아 앙탈을 부리려는 것인가? 더울 때는 덥고 추울 때는 춥다. 만사를 달관하고 아집(我執)을 떠나서 순하게 받아 들이는 것이 초월적 생활이요, 마음에 평안을 얻는 길이다. 그러나 이 길은 너무나 생기(生氣)가 없다. 소극적이고 체념적이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이와 또 다른 면이 있다.

 

내가 젊은 시절 과수원을 경영할 때의 일인데 울도 담도 없는 집이라 허전해서 개를 일곱 마리나 길렀다. 자연히 강아지가 똥을 집 도랑에 쌀 때가 많이 있었는데 일하는 아이가 기겁을 하고 야단법석을 하며 개를 때리곤 했다. 어머니께서 그 아이를 제지하며, “개가 똥을 못 누고 부던지(진드기)가 되라고 하니?” 하시면서 삽을 가지고 가서 똥을 묻고 그 위에 꽃을 심는 것이었다. 삽을 가지고 가서 똥을 묻고 그 위에 꽃을 심는 것이었다. 이것이 새벽마다 어머님의 일과셨다. 나중에 보니 초여름부터 가을까지 개똥밭이 무성한 꽃밭이 되어 우리를 즐겁게 해주었다.

 

여기에서 나는 어머님께로부터 커다란 교훈을 받았다. 인생이라는 것은 주어진 여건이 좋든 하찮든 다 하나님의 은혜로 받아들여 감사로 가꾸어나가면 똥 밭이 꽃밭이 되게 하시는구나!

 

우리가 무슨 일이든지 내 힘으로 된 것같이 생각하고 스스로 우쭐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만족은 오직 하나님께로서 났다(고린도후서 3:5)는 것을 알고 감사하자.

 

예수를 믿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다. 하나님의 자녀면 곧 하나님의 후사다. 일생 동안 보고 만지고 누리고 하는 일체가 하나님의 선물이요, 당하는 일들 전부가 하나님의 섭리요, 은혜이다.

 

“주신 자도 여호와시요 취하신 자도 여호와시오니 여호와의 이름이 찬송을 받으실지니 이다”(욥기 1:21)

 

더구나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로마서 8:28)는 사실을 믿을진대 항상 감사하며 은혜의 생활을 하는 것이 크리스천의 축복이다.

 

“그런즉 누구든지 사람을 자랑하지 말라 만물이 다 너희 것임이라 바울이나 아볼로나 게바나 세게나 생명이나 사망이나 지금 것이나 장래 것이나 다 너희의 것이요 너희는 그리스도의 것이요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것이니라”(고린도전서 3:2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