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수필

제목사탄아 물러가라2018-10-07 11:5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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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찬 공기를 울리며 요란한 전화벨이 새벽잠을 깨운다. 수화기를 드니 ㅇㅇ구역장의 겁에 질린 목소리가 아닌가. “장로님, 큰일났어요. R집사가 다 죽어갑니다. 속히 와 주세요.” ‘어제도 멀쩡하던 사람이 왜 그럴까?’의아한 마음으로 총총히 구역장댁을 찾아가니 다음과 같은 사연이었다.

 

R집사는 금년 처음으로 집사 임명을 받은 열심 있는 여성도이나 집이 원래 가난하여 20세 되는 아들과 가구 부속품 수공업으로 근근히 생계를 이어가고, 남편은 불신앙인데다 술이 과한 분이라 어떤 회사 야경을 돌고 있으나 가정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그런데 마침 전날은 남편의 비번 날이라 외상수금을 부탁한 모양이다.

 

밤늦게까지 모자가 일손을 쉬지 않고 아빠를 기다렸건만 이게 웬일인가 외상 받은 돈으로 술에 만취가 되어 돌아와 횡설수설 넋두리를 하니 젊은 아들이 분통이 터져 “아버지, 마귀 놀음 그만 하세요.”라고 외쳤다. 아버지가 격분하여 “이놈, 내가 마귀라고?”하며 아들을 치려 하자 어머니가 아들을 막으며 남편을 향하여 “사탄아, 물러가라!”고 호통을 쳤다. “이년, 뭐 내가 사탄이라고?” 노성일발에 아빠의 손길이 엄마(R집사)를 기절시키고 말았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집안이 발칵 뒤집어졌다. 이 소식을 들은 구역장 이하 구역원이 달려와서 울며불며 기도 드려 R집사는 간신히 깨어났다. 이에 힘을 얻은 구역 성도들이 예배를 드리며 “회개하시오. 회개하시오.”하며 R집사의 남편에게 졸라대었다. 취기가 덜 깬 R집사의 남편이 노발대발하여 나가라고 호통쳐서 모두 쫓겨났다. 뿐만 아니라 각 가정에서도 밤늦게 돌아다닌다고 믿지 않는 남편들에게 재차 쫓겨난 비극이 벌어졌다.

 

이런 사연을 듣고 보니 얼마나 난처했는지 모른다. ‘부부 싸움은 개도 안 먹는다.’는데 내가 어이하란 말인가? 그러나 그 지경에 물러날 수도 없고 하여 다시 혼자서 R집사를 심방하기로 했다. 그 집을 찾아가서 보니 머리를 산발한 집사는 죽을상이 되어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 있고 그 남편은 쭈그리고 앉았다가 부엌으로 달아나 버렸다. 문득 나는 ‘이때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부엌은 이 방 외에는 나갈 문이 없는 것을 알고 있었다. 평소에 내가 심방하면 나를 피하고 전도할 기회를 도무지 주지 않던 그가 아닌가. 이제는 부엌에 갇혀 있으니 피할 길이 없다. 이야말로 하나님의 오묘하신 섭리다. 나는 이때야말로 마음 놓고 그를 전도할 절호의 찬스인 것을 알았다. 방에 들어가 앉으니 R집사가 부스스 일어나며 여러 가지 호소를 늘어놓았다. 나는 큰 소리로 은근히 남편 들으라고 R집사를 나무라며 타일렀다.

 

“R집사, 회개하시오. 철없는 아들이 아비를 마귀라 하는 것을 나무라기는커녕 오히려 남편을 향하여 사탄아, 물러가란 말이 웬 말이오.” 그러자 순순히 R집사가 울며 회개의 기도를 드리지 않는가? 조금 있으니 그 남편이 부엌에서 나와 고개를 숙이고 내 앞에 꿇어앉았다.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나는 그 남편의 손을 잡고 눈물의 기도를 드렸다. 그도 한없이 회개의 눈물을 흘리고 예수님을 구주로 모셨다. 이리하여 이 가정이 합심가정이 되고 또 십일조도 열심히 내더니 지금은 가난에서 해방되어 어엿하게 공장도 차리고 생활에도 축복을 받아 잘 살고 있다.

 

이것을 계기로 해서 내가 담당하고 잇는 교구에 ‘먼저 내 남편부터 구원하자’는 운동을 전개하였다. 여성도님들의 눈물 어린 기도와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각 가정마다 속속히 남편들이 구원받고 나왔다. 이제는 집사 혹은 남선교회 구역장으로 직분을 맡아 열심으로 봉사하고 있다.

 

이를 볼 때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로마서 8:28)는 주님의 말씀이 가슴에 사무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