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명경지수2019-03-03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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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거울과 잔잔한 물 같다는 말인데, 맑고 깨끗한 마음을 말한다. 채근담(采根譚)에 “마음자리가 밝으면 어두운 방안에도 푸른 하늘이 있고, 생각머리가 어두우면 백일 아래도 도깨비가 나타난다”(心體光明 暗室中有靑天 念頭暗昧 百日下生厲鬼)하였다.

 

옛날 윤석보(尹石輔)는 연산조 때 사람으로, 그가 풍기 군수가 되자 처자를 고향에 두고 단신으로 부임하였다. 고향에 남아 있는 처자가 살림살이가 너무 궁색해서 선대로부터 전래해 오던 몇 가지 물건을 팔아 밭 한 뙈기를 장만하였다. 이 소식을 들은 석보는 편지를 보내어 아내를 나무랐다. “옛 사람이 촌 척의 땅이라도 넓혀가지고 임금을 저버리지 않는다고 한 것은 국록 이외에 탐을 내지 말라는 말인데, 이제 내가 관직에 올라 임금의 녹을 받으면서 전에 없던 밭을 장만하였다 하면 세상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빨리 밭을 물려버리시오”하였다 한다.

 

윤석보의 아내가 밭뙈기를 장만했기로서니, 무슨 비리를 행한 것이 아님은 윤석본들 모를 리 없지마는 오비이락(烏飛梨落)격으로 공연한 오해를 살까 함이라. 그 마음씨의 맑고 깨끗함을 가히 짐작할 만하다. 오늘날 고관대작들이 비자금이다. 부정축재다 하여 이 나라가 온통 물 끓듯 야단인데, 과연 윤석보와 같은 청백리(淸白吏)는 없단 말인가?

 

성경에 “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하나님을 볼 것이요”하였다. 마음이 순수하고, 사심(邪心)이 없는 심령에는 맑은 물에 달이 비치듯 하나님의 영광이 비치게 마련이다.

 

언젠가 내가 교회에서 은혜를 받고 추운 겨울 달밤에 외진 산길을 걸어서 집으로 돌아오는데, 도중에 연못 같이 파놓은 오물구덩이가 있었다. 평소에는 코를 막고 다녔는데 그날 밤은 이 오물구덩이가 꽁꽁 얼어서 오물은 전연 보이지 않고 둥근 달만이 그 속에서 비치고 있었다. 얼마나 아름다운지 문득 내가 이태백(李太白)이 마냥 그 속에 뛰어들고 싶었다.

 

마음이 청결한 자는 이 세상 더러운 것에 눈을 팔지 않고 한 점의 불결함도 없으신 하나님만을 바라볼 수 있기에 이 어찌 복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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