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혜로 살아온 인생2017-11-05 15:38
작성자

내가 예수를 믿고 제일 먼저 깨달은 것은, 내가 내 자신의 주권자가 되어 자의로 살아온 양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창공을 나는 연은 오르락내리락하며 날고 있지만 사실은 그 연에 매달린 실을 얼레에 감았다 풀어 놓았다 하며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주인공이 따로 있다. 이와 같이 나도 연과 같은 존재가 아니던가?

 

내 인생행로를 자기 뜻대로 이끄신 분이 있었으니 그분이 바로 하나님이심을 예수를 믿고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나는 계축생 소띠다. 소는 소인데 청초 우거진 초원에서 유유히 풀을 뜯는 소가 아니라 무거운 멍에를 메고 밭을 가는 소다. “이랴하면 가고, “하면 서야만 했다. 내가 태어나는 일로부터 이제까지 살아온 일들의 결과에서 보면 다 하나님의 섭리였다.

 

나는 왜 그런지 평생을 두고 항상 쫓기는 것같이 바빴다.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 주제에 왜 그리 바빴는가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다만 무언가 보람있는 일을 해 보겠다는 신기루 같은 망상에 쫒기어 살아왔을 뿐이다. “뜬 세상 인생이 공연히 바쁘구나!(浮生空自忙)라더니 나 같은 사람을 두고 한 말일까? 이 모두를 다 하나님의 섭리로 돌리니 무언가 알 듯도 하다.

 

하루는 아내의 수첩을 뒤적거리다가 이리저리 써 놓은 낙서가 눈에 띄어 읽어 보았다.

 

모정 1

 

어느날 강가로 거닐 때

한강이 날 보고 말하네

여보! 당신도 어머닌가요?

그런가 봅니다.

 

나는 대한민국의 어머니 강

내 뼈와 살 다 내어주었건만

오히려 군데군데 웅덩이가

파였다고 불평이라오

 

그러나 오늘도 나는 말없이

흐르는 강이 되어

주님 십자가 등에 지고

두 손 모아 빌고 비는

모정이라네

 

 

모정 2

 

! 이것이 사랑인가 모정이던가

괴롬도 피곤도 아랑곳없네

하나님 주신 사랑이 이 사랑이지

아홉 가닥 긴긴 줄이

아름다워서

한 줄도 버릴 수 없네

헤다가 헤다가 못다 헤면은

천국 가서 다시 헤리라

 

 

무심히 읽다가 가슴이 뭉클하여 처자에 빚진 나 자신을 바라본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더니 아홉 남매 자녀의 멍에를 멘 아내의 심정을 이해할 듯하다. 나는 아내에게 두 가지 모습을 본다. 하나는 언덕배기에 솔방울 수없이 달고 선 노쇠해진 소나무 모습이요, 또 하나는 과거 내 집 앞뜰에 서 있던 사과나무가 5천 개나 되는 사과를 달고 힘에 겨워 처진 가지가 바람에 일렁일렁 보란듯 흔들리는 모습니다. 그러나 한 번도 박수 쳐 주지 못한 내가 새삼 부끄럽다.

 

인생 70이 멀고 먼 것 같지만 봄바람 가을달 아래 울고 웃던 모든일이 황량일취지몽(黃粱一炊之夢)이 아니던가?

 

옛날 노생이란 자가 여관방에서 저녁밥 짓기를 기다리다가 한순간 잠이 들었다. 부귀영화를 다 누리고 죽는 꿈을 꾸다가 깨어 보니 아직 밥이 뜸도 들지 않았다 한다.

 

꿈결 같은 인생에 여생이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이제도 이랴하면 가고 하면 서야 하는 발가는 소,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 아닌 바에야 내 고집은 던져버리고, 하나님의 뜻을 쫓아 연과 같이 날고 소와 같이 밭을 갈면 될게 아닌가? 멍에는 한 없이 무거워도 마음만은 끝없이 한가롭구나. 문득 옛 시 한 수가 뇌리에 떠오른다.

 

만국도성은 개미둑 같고

천가호걸은 절여 놓은 닭 같구나!

봉창에 달은 밝고 베갯머리 시원한데

무한히 부는 동풍 시 읊는 운이런가

높고 낮게 들려오네

 

萬國都城皆蟻垤, 天家豪傑等醘鷄

  一窓明月淸虛心, 無限松風韻不齊

 

그렇다! 그리스도에게 영광을 돌리는 일 외에는 무엇이 남을 것인가?

, 하나님께서 나를 그리스도 안으로 이끄시고, 나 이제 주를 위하여 밭 가는 소가 되었으니 그 은혜 망극할 따름이다. 할렐루야! 주만 찬미합니다.

그러나 나의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 내게 주신 그의 은혜가 헛되지 아니하여 내가 모든 사도보다 더 많이 수고하였으나 내가 아니요 오직 나와 함께하신 하나님의 은혜로라”(고린도전서 1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