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바둑인 조치훈2017-02-26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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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바둑계의 명인 조치훈이 어버이날을 기하여 고국에 다녀간 일이 있다. 그는 어린 나이로 일본에 건너가서 바둑수업을 하고 지금은 당당히 일본 바둑계의 제일인자가 되었다.

일본 바둑으로 말하면 세계 최상위권에 속하니 세계 일인자가 된 셈이다. 과연 바둑에는 도통한 경지에 이르렀다 하겠다. 바둑계는 물론 일반인의 관심이 큰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가 텔레비전에 나와 기자와 인터뷰를 하는 것을 보고 나는 상당한 감명을 받았다.

「바둑을 두는 것이 즐거운가?」

「아니다」

「바둑이 세상에 없었더라면 무엇을 하였겠는가?」

「빌어 먹을 것이다」

「신문, 텔레비전 등을 보는가?」

「전혀 안 본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제일 먼저 무엇을 하는가?」

「바둑 공부를 한다」

「장시간 대국을 하는 동안 머리에 잡념이 떠오르지 않는가? 가령 가정 문제라든가 처자 생각 등」

「잡념이 떠오르면 바둑을 둘 수 없다」

「어떻게 잡념이 없이 바둑에만 몰두할 수 있는가?」

「항시 바둑만 공부하고 있으면 잡념이 생기지 아니한다」

이상의 대화를 듣고 있으니 과연 명인의 면모가 약여하다. 조치훈 명인은 바둑만을 천직으로 삼고 오직 바둑에만 몰두하고 아무것도 돌아보지 아니함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러다보면 고달픈 때도 있을 것이다. 더욱이 정상을 달리고 있는 그가 이를 지키기 위해서도 피눈물나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지 않겠는가? 일예일기(一藝一技)에 통달하기 위하여서도 한눈을 파는 일이 없이 이 일이 아니면 나는 빌어먹을 것이다라는 각오를 전력투구함을 볼 수 있다.

신앙의 수업도 이런 각오가 있어야 될 줄 안다. 옛날 달마대사가 참선을 하고 앉아 있는데 도가란 자가 찾아와서 도를 배우기를 간청하였다. 그러나 달마는 거들떠보지도 아니하였다. 그러다 보니 밤이 깊어지고 눈이 펑펑 쏟아졌다. 눈속에서 밤을 세운 도가는 참다못해 자기 팔을 베어 달마에게 내밀었다. 이 구도 정신의 열렬함에 달마가 마음을 움직여 도가를 제자로 삼았다. 급기야 도가는 수도하여 이조대사가 되었다는 옛 이야기가 있다. 사실 여부는 말할 것 없고 오직 그 구도정신은 본받을 만하다.

『우리가 만일 미쳤어도 하나님을 위한 것이요 만일 정신 온전하여도 너를 위한 것이니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강권하시는 도다』(고후 5:13,14)라고 바울 사도는 외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하나님께로부터 그 사람 나름대로의 달란트를 부여 받았다. 양의 많고 적은 것은 우리 인간으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받은 달란트로 충성하느냐 아니하느냐는 우리에게 달려있다. 달란트가 적다고 충성하지 아니할 때는 버림을 받고, 많든 적든 충성하면 많은 것으로 갚아 주시겠다고 하나님은 약속하고 계신다. 이것이 우리 크리스천의 소망이다. 「흥오리(소의 입에 씌우는 그물)로 구름 잡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맹자에 이런 말이 있다.「못가에서 고기를 부러워하며 따라 다니지 말고 물러가서 그물을 기워라」

조치훈 명인의 그 담담한 표정을 바라보며 「세상에는 스스로 바보가 되어 자기 맡은 일에만 몰두하고 딴 생각을 아니할 때 도통의 경기가 오는가 보다」하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항상 하나님 앞에 선 나 자신을 바라보며 교만하지 아니하고 비굴하지 아니하며 자기 맡은 일에 충성할 수 있는 사람은 복 있는 자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