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객귀(客鬼)와 부자 영감2019-01-06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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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곳에 두 친구 객귀가 있었다. 객귀 갑(甲)은 간교한 지혜와 수단이 있어서 이리저리 쏘다니며 사람들을 괴롭혀 배불리 잘 먹고 잘 살았다.

 

그러나 다른 객귀 을(乙)은 어리석고 수단이 별로 없어 고사 지내고 내놓은 꾸러미 따위를 주워먹고 다니다 보니, 그것도 흔하지 않아 항상 시장하여 피골이 상접했다.

 

하루는 견디다 못한 을이 친구 갑을 찾아갔다. 갑은 을을 반기며 호들갑을 떨었다. “이 사람아! 왜 얼굴이 그렇게도 야위고 못쓰게 되었나? 어디 아팠는가?” 을은 고개를 숙이면서 애걸 조로 말했다. “나는 재주가 없어 구복지책도 제대로 세우지 못해 이 꼴이라네. 자네가 이렇게 잘 사는 것을 보니 참으로 놀랍기만 하이. 나 같은 것도 잘 살아갈 궁리가 있을까 하여 자네에게 배우러 왔다네.” 객귀 갑이 너털웃음을 웃으며 말했다. “친구 좋다는 것이 무엇인가. 그렇게 궁색한 처지면 진작 나를 찾아올 것이지. 자, 여기에 바가지가 있으니 이것을 가져가게나. 누구 할 것 없이 이 바가지를 머리에 씌우면 당장 머리가 아프고 오한이 들어 부들부들 떨 것일세. 그리 되면 별 수 없이 무당을 불러 굿을 하고 고사를 지낼 터이니 무른 것은 먹고, 단단한 것은 가져다가 비축을 해둔다면 넉넉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일세.”

 

객귀 을이 친구에게서 빌린 바가지를 가지고 이리저리 다니다가 청기와 집 대문 앞에 서서 기웃거리며 바라보니, 집주인인 듯한 60대 노인이 뜰을 쓸고 있었다. “됐다! 이런 부자 영감에게 바가지를 씌우면 당장 굿이다 무엇이다 야단법석이 나겠고, 급기야 고사를 지낼 터이니 잘 얻어먹게 될 것 아닌가. 그날이야말로 내 생일 잔치가 벌어질 것이다.” 함박 같은 웃음을 지으면서 객귀가 노인에게 달려들어 그 머리에 바가지를 덥석 씌었다. “아이고, 머리야! 아이고, 골치야! 이놈, 객귀란 놈이 붙었구나. 네 이놈 객귀야, 물러가라.” 노인은 즉시 기둥에다가 머리를 계속 쾅쾅 들이박는 것이었다. 객귀가 가만히 보니, 바가지에 금이 가고 그대로 두었다가는 박살이 날 것 같았다. 잘못하여 바가지가 깨어진다면 잘 먹기는 고사하고 친구에게 볼 낯이 없을 것이다. 객귀는 얼른 바가지를 노인의 머리에서 벗겨버렸다. “하면 그렇지! 객귀 따위가 감히 나에게 붙을라고. 어, 시원타! 에헴 에헴!” 머리를 쓰다듬으며 노인이 방으로 들어갔다. 객귀가 노인의 뒤 꼴을 바라보면서, “잘 얻어먹는 것도 팔자지!”하고 길게 한숨을 쉬었다.

 

그는 금이 간 바가지를 들고 친구 객귀에게로 가서 경과를 이야기하고 바가지에 금이 간 것을 죄송해 하며 거듭거듭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친구 객귀 갑이 혀를 끌끌 차면서 말했다. “이 사람아! 아무리 부잣집이라도 자수성가한 노인에게는 안 되네. 그 도척이 같은 욕심쟁이 영감이 죽었으면 죽었지 네게 물밥 하나라도 내어줄 성 싶은가? 차리리 가난한 집일망정 문간에 고사 꾸러미가 떠날 날이 없는 그런 집에 가서 씌우란 말일세. 당장 물밥이 나올 테니까.”

 

이 말을 들은 객귀 을이 다시 바가지를 가지고 동리로 내려갔다. 마침 물밥을 뿌린 흔적이 있는 다 쓰러져가는 집을 발견하고 곧장 그 집 안주인의 머리에 바가지를 씌었다. “아이고, 머리야! 아이고 허리야! 팔다리가 쑤셔서 못 살겠구나. 아가야! 아랫마을 무당을 데리고 오너라. 굿을 해야 되겠다.”하고 안주인이 비명을 지른다. 얼마 후 무당이 달려와서 굿을 하고 물밥과 꾸러미를 내놓았다. 그제야 객귀는 실컷 먹고 꾸러미를 가지고 돌아가면서 중얼거렸다. “객귀 바가지도 쓰이는 데가 있지 아무데나 쓰이는 것이 아니로구나. 이후로는 귀신 잘 섬기는 집만 골라 다닌다면 나도 팔자가 필 것 같다. “ 이로 보건대 귀신도 섬겨야 붙지 완강히 물리치는 사람에게는 붙지를 못하는 모양이다.

 

내가 언젠가 30대 중반의 가정주부를 심방한 일이 있었다. 그녀는 사업을 잘 하는 성실한 남편과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남매를 둔 외형상 퍽 행복해 보이는 여인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신경쇠약증에 걸려 오랫동안 병원에 다녔으나 별로 차도가 없었다. 항상 그녀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후로는 불안해진다고 했다. 어쩐지 아이들이 교통사고를 당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매일 매일 큰 길가에 나가 기다리는 습관이 생겼다. 한편 남편이 직장에서 조금만 늦어도 사고가 난 것같이 불안해 못 견딘다는 것이다. 아무리 마음을 고쳐먹고 불안 공포를 떨쳐버리려 해도 그럴수록 더욱 불안해진다. 이 모양으로 해서 그녀는 완전히 노이로제 환자가 되고 말았다. 나는 부인을 향하여 말했다. “당신은 마귀에게 사로잡혀 허상(虛想)에 눌리고 있는 것이요. 성경에 보면 ‘하나님이 나사렛 예수에게 성령과 능력을 기름 붓듯 하셨으매 저가 두루 다니시며 착한 일을 행하시고 마귀에게 눌린 모든 자를 고치셨으니 이는 하나님이 함께하셨음이라’(행 10:38)하셨습니다. 당신도 예수를 믿기만 하면 마귀를 물리칠 수 있고 당신을 괴롭히던 허상은 절로 사라질 것입니다. 자! 예수 믿고 건강해집시다.” 그녀는 즉시 회개하고 예수를 영접한 후 계속 교회에 다녔다.

 

일 년 뒤 내가 그 댁을 심방할 때에는 그녀가 완전히 건강을 되찾아 쾌활하고 명랑한 얼굴로 나를 맞아 주었다. “마귀는 그리스도인과 씨름할 수는 있으나 그리스도인을 넘어뜨릴 수는 없다”라고 허마스는 말하였다.

 

비 오는 날 개가 흙 발로 반기며 주인에게 뛰어오를 때가 왕왕 있다. 이를 피하여 물러서면 개는 더욱 신나게 달려들고 결국 주인의 옷을 흙탕물로 버리게 한다. 이와는 반대로 단호하게 개를 꾸짖으면 개는 풀이 꺾이고 달아날 것이다. 성경에도 “마귀를 대적하라 그리하면 너희를 피하리라”(약 4:7)하였다.

 

요한일서 3장8절에 “죄를 짓는 자는 마귀에 속하였다”하였는데 모든 죄와 악습은 마귀의 사주로 말미암은 것이다. 이를 타당화하거나, 타협해서는 안 된다. 객귀를 물리친 부자 영감처럼 단호히 예수를 힘입어 물리쳐버려야 한다.